현대 농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의 하나는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작물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배 형태는 자연히 전통적으로 재배되어 오고 있던 토종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구상의 사람들 대부분은 12개의 작물에 주로 의존하여 먹고살고 있는데, 이 중에서 밀, 벼, 옥수수와 감자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작물 대부분은 그동안 재배나 영양, 생산성 등 여러 면에서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량되어 왔고, 이렇게 육성된 엘리트 품종이 재배되면서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던 토종 대부분이 재배되지 않게 됐다. 소수의 품종만이 재배되면서 어떤 환경재해나 병해충이 왔을 때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
농업의 생산성은 기후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에 따라 그 지역 특유의 스트레스나 병해충에 적응해온 토종 작물들은 종종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생명을 유지해 오고 있다. 내재해성(耐災害性)이 강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연재해에 강한 토종을 이용한다. 여러 재해에 저항성이 있는 토종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분석해 재해 저항성을 나타내도록 조절하는 유전자를 밝혀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아시아에서 저지대에 있는 논의 약 29%는 1주일이나 2주일 정도의 오랜 침수로 인해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침수 저항성이 있는 토종 벼를 찾아냈다. 그 이후, 침수 저항성이 있는 토종 벼의 유전체 해독 및 유전자 표지를 이용한 육종 방법으로 침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엘리트 품종을 만들었다. 이 품종들은 현재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기후변화에 의한 심한 강우와 침수에도 불구하고 벼 생산량이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가뭄, 염분 등 환경재해나 병해충에 강한 식물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50년 90억 명이 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70% 정도의 식량 생산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오래전부터 존재하면서 극한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고 재해에 잘 저항하는 토종을 찾아내 그 유전자의 특성을 분석해야 한다. 이어 전통 육종에 생명공학이 융합된 기술을 이용해 이 유전자들을 엘리트 품종으로 옮기는 품종 개발 연구에 더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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