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미국 명문 브라운대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 학부를 졸업한 뒤 이 대학 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는 한국인 유학생이 도서관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자 발칵 뒤집어졌다. 학생들은 정신건강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해 달라고 학교당국에 촉구했다. 한국계 케빈 오툴 의원 등은 뉴저지 주 상원에 대학 당국이 매년 자살한 학생 수를 보고하고 전문 카운슬러 고용을 의무화하는 ‘홀러랜법’까지 상정했다.
▷명문대 학생일수록 정신건강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고백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한인 유학생 잭 박 씨는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을 공개하면서 “주변에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24시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자 삽시간에 100여 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예일대에서 10년 동안 영문학을 가르친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명문대생들의 내면을 탐구한 책 ‘공부의 배신’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들의 내면에는 오히려 불안 좌절 공허함 목표상실 고독감이 많다”고 분석했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 목표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세상과의) 소통 장애’를 만들어 우울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서울대도 자살 충동을 상담하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연평균 한두 명이던 자살자가 지난해 5명까지 이르자 ‘위기대응위원회’를 만들어 ‘서울대 병’을 치유하겠다고 나섰다. 전교생을 건강군 취약군 위험군으로 나눠 집중 관리한다고 한다. 자살까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일수록 완벽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보니 마음도 유리처럼 부서지기 쉽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들이 종종 주변과의 소통에 실패해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서울대 병’ 치유에 나선 서울대가 이참에 ‘나만 잘났다’는 이기적 엘리트가 아닌 주변을 보듬고 배려하는 진정한 리더로 키우는 모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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