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교재를 구하느라 머리를 싸매던 대학생 김은지 씨(21·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대학 교재 공유서비스 ‘빌북’(www.bilbook.kr)을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대학 교재를 한 학기 내내 빌려주는 서비스였다. 김 씨는 책 제목 등 간단한 몇 가지 정보로 검색한 뒤 정가 5만 원에 가까운 경영통계학 원서 새 책을 1만 원대에 빌릴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역시 빌북을 알게 된 고나현 씨(20·여)는 ‘내가 쓰던 책을 팔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어느 정도 필기가 돼 있어도 팔거나 맡길 수 있는 데다 내가 맡긴 책을 누군가가 빌리면 수익금 일부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이 독특했다. 빌북에 교재 6권을 올렸다는 고 씨는 “선후배 간 책 물림도 한계가 있지 않느냐”며 “깨끗하게 쓴 책은 팔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은 싸게 살 수 있어 윈윈이다”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공유경제’ 바람이 거세다. 대학생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다. 빌북은 정식 서비스 개시 전인데도 전국에서 교재 1만여 권이 들어왔다. ‘쏘시오’는 이용자들이 쓰지 않는 물품들을 나누거나 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이다. 카메라, 오디오 등 비싼 물품도 하루 몇천 원이면 빌릴 수 있다.
사설 독서실과 제휴해 남는 자리를 지정석보다 훨씬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공독’(www.gongdok.com)은 주머니가 가벼운 취업준비생, 고시생들에게 인기다. 비싼 공연 소품이나 무대 세트를 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공쓰재’(www.twr.or.kr)에서는 대학 연극동아리나 연극학과 대학생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저성장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마트폰과 모바일에 익숙한 대학생 등 2030세대가 공유경제에 열광한다. 이병태 KAIST 교수(경영학)는 “이미 생산된 물건과 서비스를 재사용하는 일은 기성세대보다 환경문제에 예민한 젊은이들의 가치관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들은 단순히 ‘스마트한’ 대여사업에서 더 나아가 이용자들을 공유의 전 과정에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2세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공유할 물건 자체를 이용자에게서 공급받아 다른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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