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패는 충분한 ‘눈’이 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 필요한 적설량은 알파인 스키경기장 기준으로 1.2m,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기준으로 1m가량. 문제는 올해처럼 평창 지역에 겨울가뭄이 이어지면 이런 적설량 기준(210만 m³)의 57%(120만 m³) 수준밖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0.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대회 관계자들은 단열재로 큰 저장소를 만들어 겨울올림픽에 앞서 1년 전부터 눈을 보관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 기상청도 이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의 실험은 바로 ‘인공증설’이다. 구름이 눈을 토해내도록 하는 것이다.
연소기에서 태운 ‘요오드화은(Agl)’이 기체 상태로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6.9km 범위 내에 눈이 내린다.25일 오후 2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한 ‘구름물리선도센터’의 앞마당에서 인공증설 실험이 이뤄졌다. 3m 높이의 거치대에 달려 있던 연소탄이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터졌다. 어느새 거치대 주변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거치대는 바닥에서 레일을 타고 약 2m가량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하얀색을 주위로 덧칠했다.
연소탄이 타면서 기체로 빠져나온 물질은 ‘요오드화은(AgI)’이다. 이 물질이 구름 속 물방울과 결합하면서 눈 결정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눈은 초속 5m 정도의 동풍을 타고 이동하면서 평창 지역에 눈을 흩뿌린다.
구름물리선도센터가 있는 횡계리는 인공눈을 만드는 데 최적의 위치다. 강릉에서 시작한 구름이 대관령을 타고 넘어오다가 이 지역을 거치기 때문이다. 눈이나 비를 내릴 만큼 발달하지 못한 구름에 인위적으로 요오드화은 등의 응결핵을 뿌려줄 경우 구름의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
현재 기상센터는 인공눈을 만드는 기상조절 실험에 항공기 실험과 지상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항공기의 경우 고도 2000m 상공까지 올라가 연소탄을 터뜨리는 방법을 이용한다. 100km²에 걸쳐 눈이 1cm만 쌓이면 기상 조절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지상 실험의 경우 횡계리를 중심으로 0.6cm의 눈이 쌓여야 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소탄 실험을 126회 거치면서 실제 눈이 내린 성공률을 기록한 결과 30% 수준이었다. 항공기는 23회 실험을 했는데 성공률이 43%였다.
국립기상과학원의 김백조 응용기상과장은 “현재 기상 조절에 사용하는 기상항공기는 외국에서 임차해 사용하면서 한 해 3회밖에 실험을 못 했는데 올해 말 다목적 기상항공기를 구매하면 실험 횟수를 10회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2018년 겨울올림픽까지 기상조절 성공률을 60% 수준으로 높여 경기장에 눈을 보탤 수 있게 기술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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