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욕설이나 위협 등 정서폭력 당한 아이, 왕따 당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8일 16시 33분


부모로부터 욕설이나 위협 등 정신적인 폭력을 다하며 자란 청소년은 또래에게도 비슷한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공회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허인영 씨는 박사 학위 논문 ‘부모에 의한 정서폭력이 청소년 또래에 의한 정서폭력 재(再)피해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러한 인과관계를 분석했다고 28일 밝혔다.

허씨는 2010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벌인 패널조사 결과 중 정서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자료를 선별했다. 신체적 폭력을 한 번이라도 당한 학생은 제외하고 정서폭력만 경험한 752명(남 411명, 여 341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부모의 정서폭력은 “잘못하면 무조건 때리려 한다”(위협), “심한 말이나 욕설을 한 적이 있다”(언어폭력) 등으로, 또래의 정서폭력은 ‘심한 놀림이나 조롱’, ‘집단 따돌림’, ‘협박’ 등으로 규정했다.

일단 부모의 정서폭력을 자주 경험할수록 청소년 자녀의 우울과 사회적 위축의 수준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 씨는 “자신을 때리려는 시늉이나 욕설을 자주 하는 부모 아래에서 자란 청소년은 우울함을 경험하게 된다”며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기 어려워지거나,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어색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우울함은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울과 사회적 위축이 깊어지면 공격이나 폭력의 빌미가 돼 결국 또래 친구들에게 심한 놀림이나 조롱, 집단 따돌림, 협박을 받는 2차 정서폭력에 쉽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모 정서폭력이 청소년 자녀의 우울 및 사회적 위축으로, 이것이 다시 또래 정서폭력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허 씨는 “정서폭력이 매우 영향력이 크고 심각함에도 우리 사회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동학대 지원 기관 등에선 가정 폭력 피해자가 신체 뿐 아니라 정서폭력을 당했는지도 확인하고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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