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나 가로등에 부딪히는 차량 충돌사고, 사망비율 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8일 16시 54분


도로 가에 설치된 전봇대나 가로등, 표지판 등 공작물에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 100건 당 13명 가까이 사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비율은 교통 선진국에 비해 최고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도로변 시설을 정비하고, 제한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도로 가에는 운전자가 차로를 잠깐 벗어나더라도 사고를 내지 않도록 ‘용서의 도로(클리어 존)’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도로변 공작물 충돌 교통사고 현황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2009~2013년 국내 공작물 충돌사고 100건 당 사망사고 건수는 12.6건으로, 일본(4.7건)의 2.7배, 영국(2.8건)의 4.5배에 달했다. 영국의 경우 전체 공작물 충돌사고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사망사고 건수는 한국보다 36% 낮았다.

2010~2014년 통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기간 국내에서 발생한 공작물 충돌 교통사고는 총 2만2654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111만1151건의 2.0%였지만 사망자 수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1.2%인 2901명에 달했다. 다른 유형의 교통사고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는 뜻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에서 공작물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은 것은 일부 도로에서 규정에 맞지 않게 도로 위에 가로등, 표지판 등이 설치돼 있고 선진국과 같이 도로변에 클리어 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가로등과 표지판은 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안쪽(인도 쪽)에 설치해야 하지만, 도로변과 가까운 도로 상에 세워놓은 곳이 적지 않아 운전자들이 실수로 도로변으로 이동하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공작물 충돌사고를 줄일 수 있는 클리어 존은 도로와 전신주, 표지판 등 사이에 있는 빈공간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제한속도 70㎞/h 이상인 모든 도로에 클리어 존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클리어 존은 운전자들이 음주나 졸음 등으로 한 순간 도로 밖으로 벗어나도 사고를 내지 않고 다시 도로 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용서의 도로’라고도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일부 국도와 지방도로에 클리어 존과 같은 접도(接道)가 있지만 제한속도 등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아직 없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클리어 존 도입으로 도로안전 기준을 선진화하고 운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로변 공작물의 재질 등 구체적인 설치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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