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기침에 숨 넘어갈듯한 아이, 급성 폐쇄성 후두염 의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선용한 교수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선용한 교수
소아 호흡기 질환 중에 급성 폐쇄성 후두염이 있다. 주로 1∼3세 아이에게서 나타난다. 1, 2일 정도 감기 증상을 보이다 발열과 함께 목이 쉬고 급격히 호흡이 힘들어진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 영어로 크룹(CROUP)이라고 한다. 5세 미만 소아 100명당 3명 정도 발생한다. 요즘 부모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가 숨이 넘어갈 듯한 상황을 처음 보게 되면 당황한 채 응급실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

크룹은 소아 호흡기 질환 중 단시간에 치료법이 가장 크게 변화한 질환이 아닌가 싶다. 후두는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입구여서 완전히 막혀버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극단적인 크룹의 경우 폐쇄가 심해 저산소혈증이 일어나 뇌가 손상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가습이 후두 경직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다고 해 응급실에 ‘크룹텐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비닐로 만든 텐트 구조물에 부모와 질환에 걸린 아이가 들어가고, 여러 대의 가습기를 텐트 안으로 향하게 해 습기를 뿜어내게 하는 식이다. 효과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밤새 응급실 한쪽 구석에서 숨쉬기 힘들어하는 환아를 지켜야 했다. 기침 소리가 줄어들면 혹시 기도삽관이 필요한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걱정했던 기억도 있다. 아침이 되면 습기 때문에 부모도, 아이도 흠뻑 젖어 텐트를 나와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원시적인 방법이다.

2000년대 들어서 크룹의 치료법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중증 크룹 치료법의 핵심은 스테로이드의 사용이다. 과거에는 크룹의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알려져 스테로이드 사용이 금기였다. 그런데 누군가 금기를 어기는 무모한 도전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냈고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원시적이고 불편한 크룹텐트는 간편한 주사 한 방으로 바뀌었다.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치료법의 대부분은 세대를 넘어 오랜 준비와 시행착오 끝에 정립된다. 그러나 가끔은 무도한 도전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의료진과 연구자들의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선용한 교수
#기침#아동#급성 폐쇄성 후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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