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이 29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격돌했다. 재일대한민국민단 오사카 지부 중심의 한국 응원단 400여 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을 펼쳤다(위쪽 사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중심의 북한 응원단 1000여 명은 인공기와 빨간색 응원용 막대기를 흔들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오사카=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춥지만 응원은 해야죠. 두 팀이 다 잘해서 올림픽에 갔으면 좋겠습니다.”(한국 팀 응원단)
“저희는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 팀을 응원한다는 입장입니다.”(북한 팀 응원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첫날인 29일 남북 대표팀이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에서 격돌했다.
○ “두 팀이 함께 올림픽에 가야죠”
오사카는 일본 전체에서 재일동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전체 동포의 4분의 1이 몰려 산다. 당연히 이들의 응원전도 관심을 모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오사카 지부와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오사카부 본부는 10여 일 전부터 각기 응원을 독려했다.
이날 응원에 나선 양측 동포들은 민단과 총련을 가리지 않고 “두 팀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날 경기장 주변에서는 분단을 상징하는 듯한 장면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남북 응원단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게이트부터 달랐다. 남(south) 게이트 앞에는 민단 쪽 응원단이 모여들었다. 섭씨 7도의 쌀쌀한 기온에 바람마저 거세게 불자 민단은 미리 준비한 ‘주머니난로’를 1인당 3개씩 나눠줬다.
한국팀 응원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유정숙 씨(65)는 “평소 축구를 안 보지만 우리 선수들이 와서 열심히 하는데 안 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김앵란 씨(57)도 “사실 꼭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지만 기왕이면 잘해주길 빈다”며 양 팀 모두 응원했다.
○ 입장 게이트부터 분단된 남과 북 응원단
남 게이트로부터 400m가량 떨어진 북(north) 게이트에는 북한 팀을 응원하는 동포들이 줄 서 있었다. 들뜬 분위기의 학생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신원을 밝히기 거부한 한 총련계 동포는 “학생들이 언론에 아무 대답도 하지 말라는 교육을 단단히 받았다”고 전했다. 남과 북이 출입구부터 다르게 들어가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묻자 “10여 년 전에는 남북이 함께 한반도기(旗)를 들고 응원하기도 했는데 요즘 분위기는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북 응원단이 달려왔지만 경기가 열린 얀마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래도 여자축구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같은 시간에 일본-호주전이 바로 곁 경기장에서 열린 탓도 있다.
5만 명이 들어가는 관중석에서 양측 응원단석은 분단을 상징하듯 멀리 떨어져 있었다.
○ 스포츠는 국적으로 차별하지 않는다
북한이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고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남과 북의 청년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는 일본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입장 게이트와 응원석에서 보듯 남북으로 갈린 한반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장이기도 했지만 정치와 안보 상황을 떠나 오직 실력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대회 전날인 28일. 김광민 북한 대표팀 감독과 윤덕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오사카 아고라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김 감독은 “남북 대표팀 모두 능력을 발휘하면 함께 본선에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 팀을 배려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에 어떤 조언을 해줬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하지 맙시다. 내일 경기에 대한 이야기만 합시다”라며 넘어갔다.
일본 정부는 북한 국적자 입국 전면 금지를 비롯한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동한 직후였지만 국가 간 스포츠 대회는 예외로 하고 북한 대표단에 특별 비자를 발급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국적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다.
동포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일까. 양 팀 모두 응원하고 싶다던 한 동포는 양 팀이 1-1로 비긴 경기 결과에 대해 “잘됐다”며 “남과 북이 스포츠에서만이라도 사이좋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국, 북한과 1-1로 비겨 ▼
한편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이 강호 북한과 무승부를 거뒀다.
대표팀은 29일 일본 오사카의 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대표팀은 이날 정설빈(26·인천 현대제철)이 전반 32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갔지만, 체력이 떨어진 후반 35분 북한 김은주에게 중거리 슛으로 골을 허용해 승리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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