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 소리에 놀란 日帝 “상여 나갈때 곡소리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오늘 3·1절 97돌]
친일단체 통해 상례 변경 운동

3·1만세운동의 재연을 막기 위해 친일단체가 장례 때 곡소리 폐지에까지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백강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이자 구한말 의병 심의선 선생의 증손자인 심정섭 씨(73·광주 북구 매곡동)는 1920년대 전남 순천 지역 친일단체인 유신회(維新會) 회칙을 29일 공개했다.

회칙은 1922년 6월 가로 12cm, 세로 16.5cm 크기 소책자(8쪽)로 발간됐다. 회칙에는 애경사를 위문하고 부조는 하되, 술과 음식 접대를 폐지하자는 내용이 있다. 또 혼례를 거행할 때 의복 예물을 보내지 말고 큰 잔칫상 마련을 금지하자고 했다. 이 내용만 보면 과소비를 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회칙 마지막 항에는 상여가 나갈 때 곡소리(만가), 방울(종) 사용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를 놓고 학계에서는 3·1만세운동이 다시 일어날 것을 우려한 일제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3·1만세운동은 1919년 1월 고종황제 국상을 계기로 항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2개월 뒤 열렸다. 실제로 장례를 위장한 독립운동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

일제강점기 장묘 문화를 연구한 정일영 박사(37)는 “일제가 잘못된 미풍양속을 개선한다며 곡소리 폐지를 외쳤지만 속내는 조용히 장례를 치러 인파나 여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3·1만세운동#친일#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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