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자랑스러운 우리 유산, 3D영상으로 만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이광표 기자의 문화재 이야기]유네스코 세계유산 감상법

해인사 장경판전(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3차원(3D) 영상. 투시 효과에 의해 지붕 아래쪽 내부가 보인다.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 제공
해인사 장경판전(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3차원(3D) 영상. 투시 효과에 의해 지붕 아래쪽 내부가 보인다.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 제공
혹 ‘세계유산학’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이런 용어가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의미합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함께 보존하고 후손에게 전승해야 할 유형 무형의 문화재를 선정해 그 의미를 기리고 관리하는 제도지요.

○ 부동산 문화재와 세계유산

이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문화+자연)이 있습니다. 현재 163개국 1031건(문화유산 802건, 자연유산 197건, 복합유산 32건)이 등재되어 있어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문화재는 총 12건. 문화유산으로는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조선왕릉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 △남한산성 △백제 역사유적지구(공주 부여 익산)가,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있습니다.

가끔 “팔만대장경은 세계유산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아닙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부동산(不動産) 문화재를 대상으로 합니다. 부동산은 건물이나 땅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하지요. 따라서 부동산 문화재라고 하면 석조 목조 건축물이나 건축물을 포함한 특정 공간을 대상으로 합니다.

장경판전 내부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 경판(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아일보 DB
장경판전 내부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 경판(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아일보 DB
○ 팔만대장경과 경판전, 종묘와 종묘제례

우리가 아는 팔만대장경(국보 32호 해인사 대장경판)은 고려시대인 13세기에 불교 경전의 내용을 새긴 8만여 장의 목판을 일컫습니다. 이 목판은 이동이 가능합니다. 동산(動産) 문화재지요. 팔만대장경은 부동산 문화재가 아니라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럼 팔만대장경은 무엇이냐고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입니다. ‘기록’이란 단어가 들어가야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건물인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52호·15세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팔만대장경은 세계기록유산이고, 그걸 보관하고 있는 건물은 세계유산이니까요. 건물과 소장품이 모두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희귀한 경우입니다.

이번엔 종묘(17세기)를 보겠습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셔 놓고 제를 올리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매년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1호)을 연주하며 종묘제례(중요무형문화재 56호)를 거행합니다. 종묘제례악은 기악 연주와 노래 춤이 어우러진 궁중음악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건축 공간과 그곳에서 행해지는 의례가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이례적인 경우지요.

주명덕 작가의 해인사 장경판전 사진. 리움 제공
주명덕 작가의 해인사 장경판전 사진. 리움 제공
○ 투시 3D로 만나는 세계유산의 매력

서울 용산구 삼성미술관리움에 가면 기획전 ‘한국 건축 예찬―땅의 깨달음’이 열리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양동마을 등에 관한 사진과 영상물,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주명덕 서헌강 배병우 구본창 김재경 김도균 등 우리 문화재를 장인처럼 촬영해 온 작가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지요.

사진도 좋지만 3차원(3D) 영상도 인상적입니다. 이번 3D 영상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줍니다. 그 핵심은 투시(透視)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지붕 벽체 담장 바닥의 너머까지 볼 수 있습니다. 지붕의 기와 밑으로 서까래가 보이고, 담장 너머로 뒷건물이 보입니다. 겉과 속, 이쪽과 그 너머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해인사 장경판전 3D 영상의 투시 효과는 놀랍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장경판전 지붕 속으로 경판을 꽂아 놓은 목제 서가들이 죽 드러납니다. 장경판전 지붕 위에서, 지붕을 뚫고 들여다본 팔만대장경의 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신선한 체험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세계유산 건축물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최고 작가들의 문화재 사진을 감상하고 건물의 이면까지 투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전시의 매력이지요. 우리 세계유산의 미학과 가치를 극대화해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영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영상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유네스코#해인사 장경판전#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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