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보수단체가 주도했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의 허위 서명부 작성에 개입한 혐의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측근들이 줄줄이 경찰에 불려가고 있다. 지난달 박치근 경남도민프로축구단(FC) 대표(57)가 구속된데 이어 2일에는 홍 지사의 고향 후배이자 최측근인 박재기 경남개발공사사장(58)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주민소환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다.
박 사장은 홍 지사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 이후 경남도지사 선거에 깊이 관여한 경제계 인물이다. 2012년에는 경남도 중소기업특보를 지냈고 2014년부터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맡고 있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 박 사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경남개발공사 직원들에게 창원시 의창구 북면 대호산악회 사무실에서 박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를 허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경위를 6시간 동안 조사했다. 허위 서명에 동원된 개발공사 직원은 10여 명에 이른다. 대호산악회는 홍 지사를 돕는 외곽조직이며, 경남FC 박 대표 소유의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경찰은 박 사장에게 대호산악회 사무실에 비치하고 허위 서명부 작성에 활용한 2만4527명의 이름, 주소, 주민번호가 적힌 주소록을 어디서 입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 사장은 서명부 작성을 위해 경남FC 박 대표와 공모한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주소록 입수경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3시경 제보를 받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대호산악회 사무실을 덮쳤을 당시 40대 여성 4명이 박 교육감 주민소환투표 청구 용지에 다른 사람 명의의 서명을 무더기로 하고 있었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박 사장에 대한 신병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불구속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경남FC 박 대표가 주도한 허위서명을 측면에서 도운 정황이 뚜렷하고, 박 대표와 달리 일부 혐의도 인정해 증거인멸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 것이다. 박 사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도 감안했다.
경찰은 구속된 박 대표 등이 “과거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주소록을 활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신빙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호산악회 사무실에서 압수한 주소록의 구성 방식이 최근 작성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소록 작성과 유출에 공무원 등이 관련됐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명부 허위 작성과 관련해 입건된 20여 명의 조사를 마치고 4일 이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 주소록 부분은 시간을 갖고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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