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생이 된 한성찬 씨(19)는 지난달 입학 전에 치른 신입생 환영회에 갔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선배들이 술을 따라주는 대로 마시다가 정신을 잃어버린 것. 다음 날 눈을 뜨니 선배가 자취하는 원룸이었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 씨는 고등학교 때 맥주 한 캔 정도를 마신 경험은 있지만 많은 양의 술을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씨는 “술을 한 잔씩 더 마실 때마다 머리가 띵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점점 취하는 건지 몰랐다. 사실 술을 어떻게 마셔야 되는지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냥 마구 들이켰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중 상당수는 한 씨처럼 고교 시절에 음주 경험은 있지만 술을 마시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기업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달 전국 대학생 1257명을 대상으로 음주 경험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꼴(59%)로 대학생이 되기 전에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음주 경험이 있는 학생 중 73%는 ‘고등학교 때 처음 술을 마셨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27%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음주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초등·중학생 때 음주를 시작한 응답자의 61%는 남학생이었다.
청소년 시기에 이미 음주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지만 주도(酒道)를 배운 적 있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됐다. 전체 응답자의 54%가 ‘별다른 교육 없이 스스로 음주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술 마시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 이들을 성별로 보면 여학생 중 비중이 54%로 남학생보다 높았다. 부모나 연장자가 아닌 또래끼리 음주를 시작하는 경우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다는 의미다. 또 응답자 중 68%는 ‘현재 대학생들의 음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음주 방법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려서부터 술에 노출되고 있다”며 “올바른 음주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올해로 8년째 대학생들의 책임 있는 음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쿨 드링커(Cool Drinker)’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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