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공무원 시험 합격자 ‘경단녀’가 80%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15시 04분


지난해 12월 치러진 시간선택제 공무원 경력채용 시험 합격자 10명 중 8명이 경력단절여성, 이른바 ‘경단녀’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전일제 공무원 근무시간(주 40시간)의 절반만 근무하는 유형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기 위해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인사혁신처는 2015년도 시간선택제 국가공무원 경력채용 시험에서 총 353명의 합격자가 배출됐다고 3일 발표했다. 전체 합격자 중 274명(77.6%)이 여성으로, 남성 합격자의 세 배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236명(66.9%)으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20대가 각각 63명, 50명이었다. 50대도 4명 합격했다. 출산,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30대 경단녀’의 합격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경제연구소에서 조사업무를 맡았던 여성 이모 씨(38)는 2년 전 출산 후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가 이번 시험에서 기획재정부 행정7급에 합격했다. 그는 “경력을 잘 살리면서 가정을 함께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암 판정을 받은 40대 여성이 건강을 회복한 뒤 경찰청 행정9급에 합격한 사례도 나왔다. 합격자들은 각 부처의 신원조회를 거쳐 이달 말과 내달 초까지 임용이 완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는 전체 국가공무원 신규채용의 5%에 이르는 466명, 내년에는 560명을 뽑는다. 또 기존 경력 응시요건인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를 ‘퇴직 후 10년’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경력 채용 외에 1500명의 기존 공무원을 2018년까지 시간제로 전환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하위직 또는 단순 업무 위주의 채용 관행과 전일제에 비해 부족한 복리후생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도 채용 공고를 보면 최하위직인 9급 채용 비중이 75%에 달했고 초급관리자 격인 5급은 한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각 부처가 정부 목표를 맞추는 데 급급해 하위직에서 억지로 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정부부처 인사담당자는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잘 살리면서 조직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ae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