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사립고, 급식비리 연결 고리 드러나…8년간 20억대 횡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17시 52분


부산의 한 사립고교 재단과 협약을 맺고 급식을 하면서 8년간 20억 원대의 급식비를 횡령한 위탁업체 대표와 이 업체에서 발전기금 등을 받은 재단이사장 등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대장 정천운)는 3일 부산의 자율형사립고인 H고교 학교법인 이사장 양모 씨(58)와 이 법인 전 행정실장 곽모 씨(65) 등 2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위탁급식업체인 D사 대표 안모 씨(50)와 직원 황모 씨(45) 등 2명은 사기 및 횡령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안 씨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학부모로부터 받은 급식비 117억 원 가운데 21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자금 9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드러났다. 안 씨 가족인 황 씨는 이 과정에 동조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장 양 씨는 급식비 편취를 공모하고 교비 1억50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파악됐다. 곽 씨는 급식비 편취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외형상 D사에 엄청난 이득이 돌아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다르다. 사립학교 법인이 급식업체에 시설투자와 발전기금 납부를 유도한 뒤 편법을 일부 ‘묵인’하는 형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H고 학교법인은 2004년 D사가 25억 원을 들여 학교 기숙사를 지어주는 대신 20년 간 기숙사와 식당, 매점 운영권을 갖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양측은 ‘식재료 구입비는 전체 급식비의 47.1~50.8%를 사용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후 부산시교육청이 식재료 구입비를 급식비의 65% 수준으로 권장했으나 D사는 투자비 회수를 위해 식재료 구입비를 급식비의 47~52.4%로 유지했다. 4년 여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2008년 7월 학생들의 급식비를 인상하면서 교육청과 학교운영위원회에 ‘식재료 비용을 급식비의 65%로 사용한다’고 허위로 보고한 것이 ‘사기’가 됐다.

안 씨는 “기숙사 건립비와 유지 보수비, 학교발전기금 7억여 원 등 12년 동안 이 학교에 들어간 돈이 52억 원이 넘는다”며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단가를 낮췄을 뿐 급식의 질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이득 21억 원은 터무니없는 수치이며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H고교는 지난해 12월 이후 D사에 급식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달 초 위탁급식 계약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