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쟁론]구내 식당 외부인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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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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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이 재학생만 교내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근 타 대학 학생들과 주민들이 식당에 몰려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기존 구내식당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현재 일부 관공서와 대학 등 공공기관에서는 외부인에게 구내식당 이용을 제한하는 중입니다. 주변 식당 업주들은 이 같은 조치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양질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골목상권 보호 위해 꼭 제한해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현재 전국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일반인에게까지 개방돼 있다. 이 덕분에 해당 기관의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 비용은 3000원 안팎으로 조사됐다. 일반 식당 밥값이 6000원을 훨씬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시민들의 식당 이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외부인에게 식당을 개방하는 구내식당은 지금까지 많은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대기업이나 기업형 프랜차이즈 회사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운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저지할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 근처 주변 상권과 골목상권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구내식당 의무 휴업과 상생을 요구하는 지역상권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구내식당 1곳을 방문하는 일반인이 하루 평균 200여 명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인원이 구내식당이 아닌 주변 식당을 이용했다고 생각해보자.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만이라도 주변 식당가를 이용했다면 지역상권 살리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손님을 잃은 식당들은 이런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 구내식당 일반인 이용’은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명분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률 위반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음식을 판매할 수 없다. 여기서 내부 직원이 아닌 일반 시민의 경우 공공기관을 방문한 불특정 다수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암묵적으로 내부 직원들보다 조금 돈을 더 받고 판매를 계속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일부 기관의 움직임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청 구내식당의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일반인 출입금지를 실시하고 있으며 울산시 역시 2014년부터 인근 식당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구내식당 운영 방침을 ‘일반인 미공개’로 변경했고 5개 구군에도 관련 내용으로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에 소속 공무원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다. 이는 외부인 출입 제한이 점심시간마다 빚어지는 구내식당의 혼잡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난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구내식당의 외부인 이용을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세금 들어간 곳은 개방이 마땅

박찬원 대한은퇴자협회 권익선봉단장
박찬원 대한은퇴자협회 권익선봉단장
서울 종로구의 노인복지센터에서 노인복지 강의를 하는 전직 구의원은 “구내식당의 식단이 좋고 가격도 싼 데 비해 밥맛이 참 좋다”면서 “한번 오세요”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노인복지센터 회원이 5만여 명인데 센터에서 점심을 사먹는 노인이 2500여 명이나 된다. 오전 11시부터 중식을 제공하는데 오전 7시 40분경부터 노인들이 식권을 사러 온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노인들이 센터 1층에서 3층까지 줄을 설 정도다.

비단 이곳의 구내식당만 인기가 좋은 게 아닐 것이다. 시청과 구청, 법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의 구내식당 역시 점심시간에는 만원이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쪼그라들면서 노인뿐 아니라 민원인, 인근 사무실의 실속파 직장인들,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나도 은퇴 후 한동안 동네에 있는 구청 구내식당을 찾은 적이 있다. 일반 식당에서의 밥값이 6000원을 훨씬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반찬도 제법 푸짐하고 대부분 질 좋은 국산 식재료 등을 써서 위생적으로 안전하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공기관이 구내식당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나는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경우 식약처의 유권해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운영기관의 직간접적인 지원, 즉 주민의 세금이 있기 때문에 운영된다. 이들 식당이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주민도 그 혜택을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주민이 불특정 다수도 아니고 운영 역시 영리 목적이 아님은 자명하다.

특히 마땅한 소득원이 없는 노인들에게 공공기관은 더욱 유용하다. 생활양식이 나아지고 의학이 발달해 노인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그만큼 걱정과 근심도 많아진다고 한다. 이들은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기가 식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온종일 집에서만 있을 수 없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아 인근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곧잘 이용한다.

현재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외부에 개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시시비비를 따질 게 아니라 이 식당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시간제한, 선착순, 대상 등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면 공공기관 구내식당 개방은 지역주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나아가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한 끼를 제공한다면 이들이 최소한 점심식사 한 끼는 거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박찬원 대한은퇴자협회 권익선봉단장

오피니언팀 종합
#구내 식당#외부인#골목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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