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이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학생부 기록 잘해주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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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적성보다 지도교사로 동아리 선택하는 고교생들

《한 고교의 교지편집부 2학년 부장인 고교생 이모 군. 그는 최근 교내 동아리 신입생 모집 홍보를 앞두고 부원들에게 색다른
홍보방법을 제안했다. 부원들이 교실과 복도 등에서 홍보활동을 할 때 자신의 학생부를 각자 지참하자는 것. 장차 교지편집부에서
활동하면 어떤 활동이 어떻게 학생부 동아리 활동상황에 기재되고 동아리 담당 교사가 얼마나 ‘전문성’ 있게 활동을 기록해주는지를
고1 신입생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이 군은 “동아리 홍보를 하다보면 ‘선배가 홍보하는
동아리의 담당 선생님은 학생부 기록을 잘해주느냐, 실제로 선배의 학생부 동아리 활동상황을 볼 수 있느냐’고 묻고 확인하는
신입생들이 있다”고 전하면서 “2학년 부원들이 학생부를 지참한 채 홍보하면 이런 궁금증을 즉석에서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 고등학교의 교사가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신입생 가입 면접을 보는 모습.
한 고등학교의 교사가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신입생 가입 면접을 보는 모습.

동아리 선택 기준은 ‘담당 교사의 역량’?


대입에서 학생부중심전형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고교 내 동아리 활동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동아리 담당 교사의 역량’이 동아리 선택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됐다. 같은 활동을 해도 교사의 기록에 따라 학생부가 ‘천양지차’일 수 있다는 인식이 고교생 사이에 확산되면서 자신의 진로·적성을 고려해 동아리를 선택하기보단 담당교사가 활동계획을 어떻게 수립해주고 활동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록해주는지를 동아리 선택의 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

서울의 한 고교 경제동아리. 경제과목 교사인 이 동아리 담당 교사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교내 동아리를 관리하기로 유명하다. 1년간의 동아리 활동계획을 직접 수립하는 한편 자신의 인맥을 총 동원해 외부 기업체 견학을 마련하고 체험활동 장소를 섭외한다. 동아리에 지원한 신입생들의 열정과 진정성을 엿보기 위해 선발 면접에도 참가할 정도. 동아리 정원은 10명 내외지만 해마다 그 6배 남짓한 지원자가 몰린다.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서울의 또 다른 고교 2학년 A 양은 지난해 경제토론동아리에서 활동했지만 올해는 영상제작부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영상제작부의 담당 교사가 학생부를 잘 써주고 성심껏 지도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 양은 “내 학생부 동아리 활동상황에는 ‘매주 1회 다양한 주제로 토론 활동을 했음’이라고 간략하게 기록돼있는 반면, 영상제작부 친구의 학생부에는 ‘부원간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감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여덟 시간에 걸쳐 촬영과 편집을 도맡아 함’이라고 기록돼있었다”면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진로와 꼭 직관되지 않더라도 학생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주고 열정적인 지도를 받는 동아리가 나의 미래를 위해 더욱 필요할 것 같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2, 3개 동아리 한꺼번에 맡는 경우도” 토로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아리 담당 교사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학생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주는 동아리는 많은 학생이 몰린다. 인기 동아리는 선발 면접만 5시간 이상을 치를 정도로 가입 경쟁도 ‘과열’ 수준이다.

모든 동아리 담당 교사가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학생부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면 좋겠지만, 일선 교사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학생 대부분이 다양한 활동을 위해 2, 3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교사 한 명당 2개 이상의 동아리를 맡는 경우도 많기 때문. 학생들이 교사들을 찾아와 “새로 개설하는 동아리의 담당 교사가 되어 달라”고 요청하면, 수학교사가 수학 관련 동아리를 이미 맡고 있는 상황에서 독서 토론 동아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맡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최근 지원자가 적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서울의 한 고교 로봇동아리. 교내 인기 동아리 가입경쟁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이 동아리의 담당은 국어교사다. 동아리를 만들 때 학생들이 과학 교사들을 찾아갔지만 해당 교사가 이미 2개 이상의 동아리를 맡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고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3D프린터를 활용한 실험활동을 한다면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지도 교사가 학생들이 실험 과정에서 부딪힌 난관은 무엇이었는지, 실험에 임하고 나서 어떤 과학적 지식을 습득했는지를 학생부에 써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생부를 기록해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고교의 한 교사는 “담임과 교과수업과 동아리 지도를 모두 맡은 교사의 경우 △학급 학생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동아리 부원들의 동아리 활동상황 △교과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100명 이상의 학생부를 써줘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동아리 활동상황을 세밀하게 관찰한 뒤 개별 특성이 두드러지도록 학생부를 쓰는 것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신나는 공부#동아리 활동#학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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