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만드는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창원힘찬병원의 착한 의료이야기]

안농겸 병원장
안농겸 병원장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부부가 갈등을 극복하고 배려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그려내는 내용이었다.

따뜻한 말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나온다. 말의 바탕은 바로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뜻한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복을 만드는 특효약인 셈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방문했던 한 친구는 “담당 의사가 긴 시간 설명을 해주는데 반도 못 알아들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의학용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 말을 끊자 “잠시만요. 제 말 끝까지 들어보세요”라며 막무가내였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친구의 불만에 오히려 의사가 당황한 점이다. 본인 나름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열심히 설명을 한다고 했는데 보호자가 불만을 나타내자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이처럼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 간의 친절에 대한 온도 차를 느낄 때가 많다. 의료진의 친절은 백화점이나 식당 직원들의 친절과는 다르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마음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옷을 사러 온 고객의 마음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의사가 환자의 처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냥 의사 본인으로서는 ‘이렇게 하면 친절한 거겠지’라고 판단할 뿐 환자를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뜻한 말이 나오려면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는 일단 병원 문을 들어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자기의 병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의사가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면 어느새 두려움은 편안함으로 변한다.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 어느 치료약이나 시술보다도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묘약이다.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운 의학용어와 시술방법이 아니라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설명과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패치아담스’에서 주인공인 의사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의사는 사람들이 가장 약할 때 만나지. 의사는 환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조언과 희망을 제공해.” 환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줄 알고, 그래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의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안농겸 병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