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누리꾼이 언제 표제어가 됐지?” 국립국어원 웹사전에서 ‘누리꾼’을 찾으면 ‘네티즌(netizen)’을 다듬은 말로 올라 있다. 누리꾼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국어원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운동을 통해 외래어와 외국어를 우리말로 가꾸어 나가려고 노력한 결과다. 언중이 즐겨 쓰는 ‘나들목’ ‘댓글’ ‘그림말’도 마찬가지. 그동안 사용하던 인터체인지와 IC, 리플, 이모티콘과 함께 표제어에 올랐다.
물론 다듬은 말이라고 해서 모두 표제어가 되는 건 아니다. 순화 대상 외래어 가운데는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콘텐츠, 블로그, 다크서클을 각각 ‘꾸림정보’ ‘누리방’ ‘눈그늘’로 다듬었지만 10년이 넘도록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웰빙’과 ‘참살이’는 지금도 경쟁 중이다. 국어원은 2012년 사회생활 전 분야로 쓰임새를 넓혀가던 웰빙을 참살이로 다듬었다. 본보는 ‘참살이(웰빙)’ 형태로 쓰지만 일부에서는 참살이와 웰빙은 의미와 말맛이 다르다며 반발한다. 그래서일까. 두 낱말 모두 사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금쪽같은 시간’을 뜻하는 ‘골든타임’이 요즘 들어 부쩍 입길에 오른다. 국어원은 2014년 7월 골든타임을 ‘황금시간’으로 순화하면서 응급환자 발생 시 응급 처치, 사고 대응의 성패를 좌우하는 초기시간으로 규정했다.
한동안 황금시간이 많이 쓰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골든타임이 다시 세를 넓히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경기회복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골든타임의 의미도 ‘사람을 살리기 위한 시급함’을 넘어 ‘국가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나 기회’로까지 확대됐다. 쓰임새가 어떻든 골든타임을 대할 때면 불편하다. ‘황금시간’이라는 말맛 좋은 순화어가 밀리고 있어서다.
‘호치키스’를 아시는지. 디귿(ㄷ) 자 모양의 철사 침으로 서류 따위를 철하는 도구 말이다. 본래 이름은 ‘스테이플러(stapler)’인데 상표 이름인 ‘호치키스’를 자꾸 쓰면서 사전에까지 올랐다. 선글라스를 ‘라이방’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스테이플러와 호치키스를 다듬은 말이 ‘(종이) 찍개’다. 하지만 ‘찍개’는 표제어에 오르지 못해 다시금 호치키스에 밀릴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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