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에게 화장실은 ‘감옥’이었다…‘평택 실종 아동’ 숨진 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2일 18시 14분


경기 평택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원영 군(7)의 친부 신모 씨(38·원 안의 모자 쓴 사람)가 계모 김모 씨(38)와 함께 
지난달 12일 아들의 시신을 차에 옮겨 싣고 있는 모습. 경찰은 이를 포착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증거로 신 씨 부부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경기 평택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원영 군(7)의 친부 신모 씨(38·원 안의 모자 쓴 사람)가 계모 김모 씨(38)와 함께 지난달 12일 아들의 시신을 차에 옮겨 싣고 있는 모습. 경찰은 이를 포착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증거로 신 씨 부부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일곱 살 원영이에게 화장실은 ‘감옥’이었다. 새 엄마는 원영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화장실에 감금하고 하루 한 끼만 줬다. 원영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하면 폭행을 일삼았다.

지난달 1일 오후 1시경 새 엄마는 원영이를 소리 질러 불렀다. 대변을 옷에 묻혔다는 이유였다. 새 엄마는 원영이의 옷을 벗긴 뒤 화장실로 끌고 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샤워기로 찬물을 뿌린 뒤 화장실 문을 밖에서 잠갔다. 이미 6일 동안 굶었던 원영이는 난방도 되지 않는 화장실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다음날 오전 9시 반경 원영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이 감금하고 굶긴 ‘악마 계모’, 방치한 아빠


경기 평택에서 실종된 신원영 군(7)이 계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끝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신 군의 친부인 신모 씨(38)와 계모 김모 씨(38)로부터 화장실에서 숨진 아들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고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서 신 군의 시신을 찾았다고 12일 밝혔다. 시신 일부는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암매장 장소에서는 삽 2자루도 함께 발견됐다.

신 군은 사망 전 3개월 동안 화장실에 감금당한 채 계모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과 학대는 잔혹해졌다. 김 씨는 신 군이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할 때마다 욕실 청소용 솔로 때렸다. 올해 1월에는 변기 밖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신 군을 때렸다. 이때 신 군이 넘어지면서 변기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졌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1월 말에는 같은 이유로 신 군을 화장실에 무릎 꿇린 채 락스를 붓기도 했다.

신 군의 몸에는 잔혹한 학대 흔적이 역력했다. 경찰의 의뢰로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1차 소견에 따르면 신 군의 머리에는 오랫동안 외부의 충격으로 생긴 멍 자국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됐다. 국과수는 또 신군의 위(胃)에는 아무런 내용물이 없었으며, 피부에도 지방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점에 비춰 사망 당시 신 군이 영양실조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키는 112.5cm로 또래에 비해 매우 왜소했다. 이를 근거로 국과수는 신 군이 장기간 폭행과 영양실조, 저체온증 등이 겹쳐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친부 신 씨는 학대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사망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 신 씨 부부는 사망한 아들의 시신을 이불에 말아 집 베란다에 10일 동안 방치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11시 20분경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들의 시신을 차에 싣고 신 씨 아버지의 묘지가 있는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으로 차를 몰았다. 주변 사정과 지리에 익숙한 곳을 암매장 장소로 고른 것이다. 부부는 묘소에서 약 5m 떨어진 곳에 깊이 50cm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암매장했다.

●거짓말하던 부부, 증거 나오자 자백

경찰이 부부의 자백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증거는 이들이 암매장 장소 근처 슈퍼마켓에서 쓴 신용카드 내역이었다. 그동안 부부는 아들이 실종됐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계모 김 씨는 4일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 양육문제로 다툰 뒤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아이가 없어졌다”며 “‘남편에게는 강원도 지인에게 맡겼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했다. 남편 신 씨 역시 부인 말을 믿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경찰은 부부가 신 군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하고 이틀이 지난 지난달 14일 암매장 장소 부근 슈퍼마켓에서 막걸리와 육포, 초콜릿을 산 기록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을 분리 심문하며 “당시 아이를 데려갔느냐”고 캐물었는데 부부의 대답이 엇갈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14일 전후로 이들의 집과 슈퍼마켓 근처 폐쇄회로(CC)TV를 집중 수색해 12일 신 씨 부부가 집 현관 앞에 차를 세우고 무언가를 싣는 장면과 야산으로 가는 장면을 확보했다. 이밖에 김 씨가 지난달 20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살인죄 형량’ 등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이 이 증거를 토대로 진술이 엇갈린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하자 부부는 12일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신 군이 입학하지 않았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들 부부를 체포한 지 5일 만이다. 이들은 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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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추천 많은 댓글

  • 2016-03-12 19:34:27

    한국 등신 판사들의 온정주의와 약한 판결이 살인을 계속 조장한다 사람 죽여도 눈물의 생쇼가 통하면 집행유예로 석방, 감옥살이 해봐야 감형 가석방으로 몇년, 재수없을 경우만 장기 복역. 이러니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 되는거지. 형을 늘리고 혹독한 교도소를 만들어야

  • 2016-03-12 20:33:36

    요즘의 이런 사건이나 작태를 보자면 이해도 가지 않을 뿐더러 할 말이 없어진다. 아무래도 사형을 실행해야 할 것 같다...

  • 2016-03-13 02:04:12

    인간이 얼마나 포악해 질수 있는지를 보여준 한편의 막장드라마였다. 불꺼진 화장실에서 배고픔과 두려움에 떨었을 이 어린 생명이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이 계모라는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분이 풀이지 않는다. 얘비라는 살인마도 살려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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