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산업단지’ 계양구 서운산단에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용지 분양 둘러싸고 불공정 논란… 탈락업체들 시행사 상대 법적 소송
계양구 “위법 여부 국토부에 질의”

8일 착공식을 열고 기반공사에 들어간 서운일반산업단지.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만든 서운산단은 서울과 가장 가까운 산업단지로 분양전부터 기업들의 관심을 모았다. 인천시 제공
8일 착공식을 열고 기반공사에 들어간 서운일반산업단지.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만든 서운산단은 서울과 가장 가까운 산업단지로 분양전부터 기업들의 관심을 모았다. 인천시 제공
인천 계양구 ‘서운일반산업단지’(서운산단)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계양 나들목에서 2분 거리의 교통 요충지에 있다.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과 가까워 분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덕분에 땅값도 크게 올라 ‘로또 산업단지’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운산단의 용지 분양을 둘러싸고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업체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서운일반산업단지개발㈜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14일 계양구와 서운산단개발에 따르면 서운산단은 지난해 12월 1차 분양에서 산업시설용지 73필지(31만4455m²)를 52개 업체에 분양하는 등 대부분의 용지를 분양했다. 그러나 전기장비제조업종(코드번호 C28)이 들어올 수 있는 A9 용지(1만8464m²)는 마땅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규모가 워낙 커 가격이 204억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1차 분양 때 탈락한 업체들은 A9 용지를 분양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2월 1일 공고와 같은 달 24일 최종 심의를 통해 A사와 B사 등 2개 업체가 A9 용지를 공동으로 낙찰받았다. 그러나 탈락업체 중 C사는 분양 과정의 불공정성을 제기했다. C사 관계자는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있어 한국 내에서 선적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무역협회가 발급하는 확인증을 발급받을 수 없는데도 무리하게 확인증을 요구해 가산점도 받지 못했다”며 “불공정 분양을 문제 삼자 서운산단개발 관계자가 중소기업전용단지에 입주시켜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1차 분양 뒤 2차 분양 공고를 곧바로 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A사가 공장등록증에 전기장비제조업종을 추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A9 용지는 당초 1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땅이었다. 하지만 서운산단개발은 관리기관인 계양구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3개 업체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입주 신청 자격을 임의로 수정해 분양 공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계양구는 서운산단개발에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12월 7일과 올 1월 28일 이뤄진 처분계획안을 보면 분양대상자 선정 방법이 동일하다. 지난해 12월 8일 밝힌 분양 공고안과 분양 안내서도 신청자는 1개 필지만 신청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월 1일 입주 및 분양 공고에는 ‘수인(3인 이하)이 공동으로 신청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토지시설을 분양, 임대, 양도하려는 경우 처분계획을 작성해 관리기관과 협의해야 하지만 계양구와 이 같은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계양구 관계자는 “A9 용지를 낙찰받은 A사와 B사는 분양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나 최종 낙찰자를 보류했다. 법 위반 여부와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국토부에 질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운산단개발 관계자는 “A9 용지의 공유 지분을 나누는 것은 법규 대상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기관과 협의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기 시흥시에 있는 T사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업체는 시흥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로 서운산단 ‘중소기업전용단지’에 입주를 위해 신청서를 냈지만 서류 미비로 탈락했다. 중소기업전용단지는 그린벨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를 위한 전용단지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T사는 시흥시에 “관련 내용을 계양구에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런 내용이 담긴 공문이 오갔지만 서운산업개발은 서류 미비란 이유를 들어 탈락시켰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