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가리’ 주차장에 ‘속좁은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서울시내 곳곳 외국어 표기 오류… 관광안내판 등 344건 수정하기로

서울시 제공
서울시 제공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서울메트로 동대문별관 사이에 있는 버스주차 표지판. 영문 표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된 점이 하나 눈에 띈다. 버스주차장을 영어로 ‘Parking lot for buse’(사진)로 표기해 놓은 것이다.

‘buse’는 버스(bus)에 ‘e’가 더 붙은 단순한 오기(誤記)지만 프랑스어로는 ‘말똥가리’ 또는 ‘바보’라는 뜻이다. 프랑스어를 쓰는 외국인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DDP 주변의 표지판으로는 부적절하다. 지난해 말 서울에 사는 한 외국인이 이를 발견해 서울시에 알렸고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고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시내 곳곳에 있는 안내표지판의 잘못된 외국어 표기를 바로잡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11월 22명의 외국인 유학생으로 구성된 점검단을 꾸려 버스정류소와 관광 안내표지판 등의 잘못된 외국어 표기를 찾았다. 그 결과 679건의 오류를 발견했고 서울시는 중복 신고를 제외한 344건을 고치기로 했다.

외국인 점검단이 신고한 오류 표기는 대부분 단순 오탈자였다. 하지만 한국인이 보기에는 단순한 오탈자라 해도 외국인들에게 ‘이상하게’ 비칠 수 있는 표지판이 많았다. 코엑스 북문 버스정류장의 영어 표기도 그중 하나다. 코엑스의 올바른 영어 표기는 ‘COEX’이지만 정류장에는 ‘COAX’로 적혀 있다. COAX는 영어권에서 ‘구슬리다’ ‘알랑거리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앞 공항버스 정류소에는 출발시간이 ‘Departure time’ 대신 ‘Start’로 돼 있어 어색하게 느끼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서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면서 한자 표기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티투어버스 정류소에는 어린이를 ‘小人(소인)’으로 표기하고 있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小人’은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는 뜻도 있어 ‘영幼인(영유아)’로 고치기로 했다. 종로2가, 안국역 등도 중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간체자로 바꿀 계획이다.

서울시 관광사업과와 버스정책과 등은 이달 말까지 서울시가 설치한 52개의 표지판을 우선 수정하고 안내표지판을 관리하는 각 자치구에 올바른 외국어 표기법을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외국인 점검단을 활용해 남아있는 잘못된 외국어 표기를 찾을 계획”이라며 “교수 등 외국어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지정해 외국인들이 큰 불편 없이 안내표지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올바른 외국어 표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말똥가리#주차장#외국어표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