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괴롭힘 방치’ 인권위의 軍 교도소 조사 결과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17시 00분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당시 20세) 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모 병장(28)이 군 교도소에서도 가혹행위를 하다 추가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군 교도소의 조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군 교도소의 시설을 점검하고 수용자 설문조사와 교도관 면담을 진행한 결과 “군 교도소가 지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이 병장과 같은 방을 쓰게 했으며 가혹행위가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 A 일병(22)은 지난해 3월 성추행 혐의로 군 교도소에 입소한 직후 이 병장과 같은 방에 배정됐다. A 일병은 장애 등급을 받지는 않았지만 군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지능 검사에서 지적 장애 3등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 교도소도 입소 직후 면담을 통해 A 일병의 지능이 낮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방을 배정하는 데 있어 이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5개월 동안 A 일병은 이 병장 등 같은 방에 있는 병사 3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이 병장은 A 일병이 코를 곤다는 이유로 폭행을 일삼고 몸에 소변을 보거나 종이를 씹어 삼키게 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군 교도관들은 교도병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여러 차례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군 교도소는 지난해 8월 A 일병이 직접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뒤에야 뒤늦게 이 병장을 분리 수감하고 헌병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나머지 병사 2명에 대해서는 A 일병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군 교도소는 인권위 조사가 끝난 지난해 12월 중순 뒤늦게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는 “A 일병이 지적 장애가 있었지만 군 교도소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헌병대나 군 검찰이 지적 장애가 있는 병사의 특성을 고려한 조사 방법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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