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성적만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재 고교 입시 체계 손질에 나섰다. 성적으로 줄을 세워 탈락자를 가려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희망 진로와 적성이 고교 입시에서 더 중요한 기준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1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중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할 때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활용해 온 ‘고입석차 백분율’을 더 이상 산출 및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고입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입석차 백분율은 학생별 고입 전형점수에 따른 석차에 해당 학교 학생 수를 반영해 산출한 백분율이다.
중학교에서는 과도한 석차 스트레스와 친구들 간 배타적 경쟁을 줄이기 위해 2012년 중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절대평가 방식인 성취평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중학교 성적을 고교 입시에 적용하는 순간 성취평가제의 취지는 사라진다. 절대평가로 매겨진 등급이 점수로 환산되고, 교과점수 80%와 비교과점수 20%가 반영된 고입 전형점수를 기준으로 1등부터 최하위까지 등수가 매겨진다.
석차 백분율은 특성화고 일반전형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은 특정 진로에 대한 희망이 강하고 적성이 맞더라도 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으면 특성화고 진학이 어려운 구조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선호도가 높은 특성화고의 경우 고입석차 백분율로 20∼30%에 들지 못하면 합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성적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하지 않고 진로에 맞게 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가능한 대안으로 △교과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학업계획서 봉사활동 출결 상황 등을 살펴보고 심층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법 △정성평가를 한 뒤 생활기록부에서 일부 내용을 활용해 정량평가로 보완하는 방법 △백분율로 합격자를 가려온 특성화고도 일반고처럼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교육청 안팎에서는 성적을 완전히 배제한 채 적성과 희망에만 따라 고입을 위한 중학교 성적 평가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성평가만으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적성과 성적을 적절하게 배분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중학교 내신 평가는 다섯 등급으로만 평가하는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체제)를 적용하면서 고교 입시에서는 성적을 소수점까지 따져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리는 현실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현장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현재 교육 여건과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고입석차 백분율을 더 이상 산출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중학교의 평가 체계는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에 서울 이외 지역의 고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해당 학교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서류를 구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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