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가로지르는 공용도로에 마을버스 못 다니게 하겠다는 주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논란
일부 “공해 소음으로 집값 떨어져”… “이웃 고려 않는 집단이기주의” 지적

주민들이 마을버스 통과를 막고 나선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안 도로의 모습. 왕복 4차로인 이 공용도로에는 일반 승용차와 학원 버스가 수시로 지나다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주민들이 마을버스 통과를 막고 나선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안 도로의 모습. 왕복 4차로인 이 공용도로에는 일반 승용차와 학원 버스가 수시로 지나다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50여 명이 팻말을 들고 단지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마을버스가 단지를 통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아파트 곳곳에는 ‘마을버스 관통하면 아파트는 교통지옥’ ‘단지 안을 관통하는 마을버스 폭탄버스’란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처럼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용도로에 마을버스 통과를 막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근 주민도 함께 이용하는 마을버스의 통행을 막는 것을 놓고 ‘집단 이기주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885채 규모의 이 아파트 단지는 뉴타운 개발로 들어섰다. 개발 전 그 지역을 돌던 마을버스가 2009년 무렵 운행을 중단했다. 그러다 2014년 9월 아파트 준공 이후 다시 노선을 가동하려 하자 아파트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입주자 대표 등은 “마을버스 때문에 공해와 소음, 안전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아파트 가치가 하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을 위해 길을 터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하철 5·6호선 공덕역과 2호선 아현역을 왕복하는 마을버스가 지나다닐 도로는 모두 왕복 2∼4차로의 공용도로다. 마포구 관계자는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인데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해당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서도 마을버스 노선 개설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아파트 주민 이모 씨(40·여)는 “여기는 사실 마을버스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와 유치원 학원의 통학버스도 많이 다닌다”며 “마을버스만 반대하겠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입주민은 입주자 대표 등이 나서서 마을버스를 막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는 25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운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를 중심으로 변화한 지역사회가 노출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지역에 여러 사람이 모이면서 이기주의가 나타나고 특히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드러난다”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면서 이런 이기주의가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노지원 기자
#집단이기주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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