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부, 대입 결과도 안보고 280억 펑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일반고 출신 신입생 감소에도…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15개大 지원

교육부가 고교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일반고를 살리겠다며 대학에 매년 수백억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금을 받고도 오히려 일반고 신입생을 줄이며 홀대하는 학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의 부실한 선정 기준과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현황 및 일반고 신입생 비율’ 자료를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연속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대학 52곳 중 15곳(29%)은 2년 동안 280억6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도 사업 취지와 달리 2013∼2015학년도에 일반고 신입생을 계속 줄였다.

교육부는 지난달 ‘2016년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공고’를 내고 대학의 사업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사업 규모는 총 459억 원. 지난해는 4년제 대학 60곳이 500억 원을 지원받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선정 대학 발표 때 서울대를 모범사례로 인용하며 “2015학년도 입시 결과 일반고 출신 신입생 등록 비율이 2014학년도보다 3.6%포인트 늘어나는 등 다양한 고교에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홍보했다. 일반고 신입생을 늘리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독려하고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사업의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학교별로 입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일반고 신입생 비율이 변할 수는 있지만 3년 동안 꾸준히 줄었다는 것은 대학이 정책적으로 특목고, 자사고 학생 등을 늘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낳는다. 특히 포스텍(포항공대)의 경우 2013학년도에 신입생 10명 중 약 7명(68.0%)이 일반고 출신이었지만 지난해는 10명 중 4명꼴(46.5%)로 가장 크게 줄었다. 계명대, 경인교대, 부산가톨릭대, 동국대도 일반고 신입생이 꾸준히 줄었다. 반면 서울교대, 대구교대, 단국대, 대진대, 이화여대, 안동대, 원광대 등 7곳은 일반고 신입생을 매년 꾸준히 늘려왔다.

취지에 역행하는 대학에도 지원금이 배분된 데에는 교육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올해 교육부가 내건 사업 선정 기준은 △2017, 2018학년도 대입전형 운영 현황과 계획 △전형운영 여건 △사업계획 등으로 모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것이다. 100점 만점 평가에서 ‘지난해 실적’도 일부 반영하지만 점수는 ―2∼2점으로 미미하다. 이마저도 실제 이뤄진 입시 결과나 신입생 비율이 아니라 지원금을 적정한 곳에 사용했는지 ‘지출 명세’만 반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고 신입생 비율이나 입시 결과는 학교마다 사정이 워낙 다르고 복잡해서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7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일부 대학은 어학특기자나 논술 등 특목고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고교 교육의 취지에 역행하는 대입 전형을 여전히 높은 비율로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 대학들의 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본래 사업 취지와 목적에 맞게 사업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선정 기준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교육부#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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