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 사법시험에 떨어진 조모 씨(40)는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한 회사에 취업했다. 알고 보니 그 회사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체였다. 두목 김모 씨(42)가 2014년 10월 만든 도박 사이트는 145억 원대 판돈을 굴리면서 매달 3억 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 조 씨는 조직원으로 일하며 기본급과 성과급을 받았다.
그러나 조 씨는 취업 후 총책 김 씨와 계속 갈등을 빚었다. 고졸인 김 씨가 “일을 못 한다”며 대졸인 자신을 무시하자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조 씨는 지난해 10월 조직을 탈퇴했다. 그리고 경찰을 이용한 복수를 택했다. 조 씨는 경찰청 IT금융범죄수사팀을 사칭해 사이트 회원들에게 ‘사이트가 단속됐으니 출금하세요’란 문자메시지와 e메일 1095건을 뿌렸다.
연락을 받은 회원들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는지 해당 수사팀에 문의했다. 연이어 걸려오는 문의전화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진짜 수사를 시작했고, 불법 도박 사실을 확인한 뒤 김 씨를 잡으러 경기 고양시의 자택으로 찾아갔다. 김 씨는 경찰이 집안에서 현금 3억 원을 발견하자 “다 가져가는 대신 ‘딜’을 하자”며 경찰에게 부당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
경찰은 도박개장 혐의 등으로 김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불구속 명단 중에는 조 씨도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도박사이트 회원이 5000만 원을 잃고 자살을 했다”며 “김 씨는 그런 돈을 가지고 고급 아파트와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호화생활을 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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