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의사가 수술 오류를 범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창원힘찬병원의 착한 의료이야기]

박제언 주임과장
박제언 주임과장
#1. 홍채를 분석해 신원을 알아내는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안구를 이식한다. 촉수를 움직이면서 범인을 색출하는 로봇은 수술 직후 주인공을 검사한다. 홍채 분석 후 “스트레스가 쌓였나요” “맥주로 갈증을 해소하세요”라고 말한다.

#2. 팔에 상처가 난 소년이 소리를 지르자 로봇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면서 “안녕하세요. 전 당신의 개인 헬스케어 동반자입니다”라고 말한다. 로봇은 “10점 척도 중 너의 고통은 어느 정도야”라며 스트레스 정도를 묻고 따뜻하게 안아준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빅히어로’의 장면이다. 의료로봇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마다 과연 저런 세상이 올까 상상하면 반갑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사실 의료로봇이 도입된 지는 꽤 오래됐다. 로봇팔을 이용하면 수술 시간이 단축되고 정밀한 수술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은 의사를 보조하거나 간호사를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이세돌 9단을 무너뜨리면서 의료로봇도 달라질 것이란 말이 많다. 조만간 맞춤형 의료 및 가정용 로봇 등이 본격적으로 의료현장에 도입된다는 것이다. 경우의 수를 분석해 가장 ‘좋은 수’를 적용하기 때문에 사람만큼, 어쩌면 사람보다 더 정밀하게 진단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과연 그럴까.

오랜 식견과 노하우로 수술을 하는 의료진과 달리 인공지능 로봇은 의료기록과 유전 정보 등 데이터를 활용한다. 진단도 빠르고 수술도 즉각적이다. 문제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겼을 때다.

알파고가 4국에서 한 것처럼 의료로봇이 수술하는 동안 오류를 범했다고 치자.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의료진은 사고가 나면 즉각 대처하고 차선책을 진행하지만 로봇은 ‘잘못됐다’는 스스로의 인식이 어려워 대처가 안 된다. 의료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병원은 수술과 투약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감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를 진정시킨 뒤 앞으로의 진행 과정을 알려주는 것도 의료진의 몫이다.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 등 표현을 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할 땐 이들의 표정을 읽고 스킨십으로 안정시키기도 한다. 의료진과 환자 간의 믿음과 신뢰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물론 언젠가는 인공지능 로봇이 의사 가운을 입는 날이 올 것이다. 위의 영화처럼 정확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포근하게 환자를 안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상조다. 아직은 로봇의 데이터보다 의료진의 노하우가, 로봇의 일방적인 행위보다 의료진의 다정다감한 진료가 더 필요하다.
#창원힘찬병원#로봇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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