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주민 1500명 새끼 연어 5만 마리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물의 날’ 맞아 오늘 섬진강서 방류… 18년간 718만 마리 바다로 보내
청정 수질 유지해 회귀량 상승 기대

연어의 남방한계선인 섬진강에서는 기후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등 각종 악재에도 2만 ㎞를 이동하는 섬진강 연어들의 가장 힘든 귀향을 높이려는 도전이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섬진강어류생태관 제공
연어의 남방한계선인 섬진강에서는 기후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등 각종 악재에도 2만 ㎞를 이동하는 섬진강 연어들의 가장 힘든 귀향을 높이려는 도전이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섬진강어류생태관 제공
22일 전남 구례군 간전면 섬진강어류생태관 인근에서는 영호남 주민 1500명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새끼 연어 5만 마리를 방류한다. 전북 진안군 데미샘에서 시작된 섬진강은 223.86km를 흐르는 영호남 11개 시군의 젖줄이다.

물을 떠서 바로 마실 수 있는 1급수인 섬진강은 연어의 남방한계선이다. 섬진강 연어는 2만 km를 이동해 세계적으로 가장 힘든 회귀를 한다. 섬진강에서는 1998년부터 올해까지 18년 동안 새끼 연어 718만 마리가 방류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강 개발 등의 어려움에도 섬진강 연어 귀향을 늘리려는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섬진강어류생태관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끼 연어 638만5000마리를 방류했다고 21일 밝혔다. 올해는 역대 최대량인 80만 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다. 섬진강에서 그동안 어획된 어미 연어는 2338마리, 회귀율은 0.04%로 전국 연어 회귀율 0.3∼0.5%보다 낮다. 섬진강 연어 방류가 낮은 회귀율에도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는 뭘까?

미식가들에게 인기 있는 연어는 세계적으로 북태평양 6개 종, 대서양 1개 종이다. 북태평양 연어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일본, 한국 등 5개 국가의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한국산 연어는 매년 10∼11월 북한은 물론이고 강원 양양 남대천, 섬진강까지 돌아온다. 한국산은 7개 종 가운데 유일하게 새끼를 부화한 뒤 죽는 한살이 첨연어다.

조선시대 서적인 난호어목지에서는 연어를 연어(年魚), 전어지에서는 계어(季魚)라 했다. 예전에는 두만강에서 섬진강까지 연어가 많이 잡혔다. 자원 회복을 위한 국내 연어 방류 사업은 1912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시작됐고 광복 이후 1966년 재개됐다.

현재 강원 양양 남대천과 삼척 오십천, 경북 울진 왕피천, 울산 태화강, 부산 일광천, 경남 밀양강, 전남 섬진강 7곳에서 해마다 봄이 되면 새끼 연어가 방류된다. 4∼6cm인 새끼 연어는 강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 바다로 나간다.

새끼 연어는 동해안,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알래스카 바다를 거쳐 2∼5년 성장해 어미가 돼 한국으로 귀향한다. 어미 연어는 길이 60∼90cm, 무게 2∼3kg이다. 강원 양양연어사업소가 국내 회귀 연어 80% 정도를 포획한다. 포획된 어미에게서 산란된 새끼 연어는 전국적으로 50년간 3억 마리가 방류됐다.

일본은 전국 268개 부화장에서 새끼 연어를 방류해 회귀율 4%를 자랑한다. 연어가 식품은 물론이고 화장품, 의약품으로 용도가 커지는 것을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 부화장이 5개에 불과할 정도로 기반이 열악한 데다 일부 낚시꾼이 어미 연어를 남획하기도 한다. 양양연어사업소 한 관계자는 “수정란 폐사를 줄이기 위한 간이 부화장도 없어 연어 방류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섬진강 연어는 북태평양 베링 해에서 가장 먼 거리를 돌아오는 데다 일본·한국 어선 등의 그물을 피해 온다. 또 연어는 찬물을 좋아하는데 섬진강 연어는 따뜻한 남해를 지나 섬진강으로 돌아오는, 연어 중 가장 힘든 회귀를 한다.

섬진강 연어 회귀량은 2007년 419마리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리다 재상승하고 있다. 연어 회귀는 섬진강 수량, 태풍 발생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지만 청정 수질 유지는 긍정적 요인이다.

지난해 부산 일광천, 경남 밀양강에서는 어미 연어 포획이 이뤄지지 않았다. 남해안에서는 유일하게 섬진강에서 어미 연어 208마리가 잡혔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46)는 “어르신들이 예전에 섬진강에서 연어가 많이 잡혔다는 말을 한다”며 “해수 온도 상승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남방한계선 섬진강 연어 자원을 회복시키는 것은 생태계 복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섬진강어류생태관#물의 날#연어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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