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김모 씨(53)에게 지난해 여름은 악몽이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손님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영업난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2년 전 빌려 쓴 사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사채업자가 고용한 추심업자들은 매일 식당을 찾아와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다.
결국 김 씨는 가게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주변 사람을 통해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사채 전환 대출 서비스’를 알게 됐다. 반신반의 끝에 증빙서류를 제출하자 1주일 만에 저금리 대출을 받아 수천만 원의 사채 빚을 모두 갚았다. 김 씨는 “기댈 곳이 하나도 없어 캄캄했는데 정말 지옥에서 벗어난 것 같아 더 고마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신용이 낮고 담보마저 없는 소상공인이나 영세기업은 1·2금융권 이용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의 신용보증을 거치면 어렵지 않게 시중은행의 자금을 빌릴 수 있다.
21일 경기신보에 따르면 1996년 3월 경기신용보증조합으로 출범해 20주년인 올해 경기지역에서 19개 지점과 10개 출장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동안 16조4000억 원의 신용보증지원이 이뤄졌다. 약 49만 개의 업체가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서민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국내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의 존립 기반을 흔들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와 비슷했다. 당시 경기신보는 보증심사 완화 등 신용평가 시스템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노점과 포장마차, 개인택시 등 생계형 사업자에게도 보증을 실시했다. 이런 집중 지원으로 금융위기 후 3년 6개월 만에 보증 실적이 5조1069억 원에 달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는 경기 안산시에 현장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세월호 여파로 침체에 빠진 안산 지역 서민경제를 위해 상담부터 보증서 발급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경기도내 7678개 업체에 1640억 원을 집중 지원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도 현장기동지원반을 운영해 소상공인들이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을 줬다.
경기신보는 지난해 10월 전국 처음으로 찾아가는 현장 보증 전담팀을 출범시켰다. 장애인 기업, 원거리 지역 기업 등의 어려움을 전담해 처리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형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 규모 확대, 심사 기간 5일 이내 단축, 전통시장 상인 100% 전액 보증, 보증료 30% 인하, 현장 보증 전용 버스 도입 등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병기 경기신보 이사장은 “올해로 성년이 된 재단이 계속되는 혁신을 통해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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