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봉은사 토지 매매 계약서. 당시 조계종 총무 원장 청담 스님과 서영철 당시 상공부 차관이 작성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대한불교조계종이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된 한국전력 부지(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환수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조계종 한전부지환수위원회(환수위)는 2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스님과 신도 등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전부지 환수 기원법회’를 열고 “한전 부지를 원래 소유주인 봉은사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한전 부지는 1970년 조계종 총무원이 당시 상공부에 매각한 봉은사 토지 약 33만 m²(약 10만 평) 중 7만9200m²(약 2만4000평)로 한전은 이를 2014년 10조5500억 원에 현대자동차에 매각했다.
환수위는 이날 “정부가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강제로 매매 계약을 맺은 것은 원인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르면 주지가 사찰 재산 매매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데 당시 매매 계약서에는 주지 서운 스님 대신 조계종 총무원장인 청담 스님이 계약 주체로 나와 원인 무효라는 것이다.
환수위는 집회에 앞서 본보에 ‘공공용지 수용 시 협의 취득이 권리가 없는 자로부터 이루어진 경우 진정한 권리자가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2001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원인 무효의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민법에선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평온하고 과실 없이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조항이 있어 법적 논란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1984년 소유권 등기를 했으며 조계종은 2007년부터 한전에 땅을 되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계종 측은 또 본보에 해당 부지를 강제 수용 당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최근 발견한 7건의 문서를 제시했다. 1969년 12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후락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명한 총무원 부지 매각 동의서, 1970년 9월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청담 스님과 서영철 상공부 차관 간의 매매계약서 등 1970년을 전후해 작성된 것들이다.
환수위 공동위원장인 혜일 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은 서울시에 대해 “시가 한전 부지를 산 현대로부터 1조7400억 원의 공공기여금을 받기로 하고 전례 없이 빨리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즉시 인허가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환수위는 이후 소송 제기와 함께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4월에 기원법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조계종과 한전 사이의 문제인 만큼 서울시에서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얘기도 있는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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