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의 두 문장은 느낌이 퍽 다르다. 서울 중랑구가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의 감수를 받아 고친 도로명주소 홈페이지 안내문구의 일부다. ‘적응기간을 위해’라는 틀린 표현을 바로잡고, ‘병행(竝行)’이라는 한자어는 ‘함께’라는 순우리말로 바꿨더니 문장이 훨씬 친숙해졌다.
중랑구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시작한 ‘공공문장 바로 쓰기’를 산하 기관까지 전면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구청과 산하 기관에서 제작하는 각종 생활정보와 홍보, 홈페이지 등의 문구를 우리 어법에 맞게, 또 보다 읽기 쉽게 고치기 위해 전문 기관의 감수를 받는 것이다.
주민들이 자주 접하는 현수막도 대상이다. 중랑구가 지난해 제작한 주정차 금지 안내 현수막의 초안은 ‘이곳은 불법 주정차로 인한 민원다발 구간입니다’였다. 감수를 거치니 불필요한 표현과 한자어가 빠져 ‘이곳은 불법 주정차로 민원이 많은 구간입니다’로 훨씬 쉽게 바뀌었다.
중랑구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사업 결과 어문규정에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긴 문장, 딱딱한 한자 표현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구는 고압적이거나 어려운 자체 민원양식과 전통시장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의 안내문 등도 쉬운 글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주민을 배려하지 않은 행정기관 중심의 일방적인 공공문장으로 소통과 홍보가 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쉽고 바른 공공문장 쓰기는 주민에게 봉사하는 자치단체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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