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부터 이 동네에 살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소방차도 들어오기 힘든 좁은 골목들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서 63년 동안 살고 있는 조동암 씨(77)는 낙후된 동네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계동 개발을 위한 ‘서계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현재 국립극단 자리에 과거에는 국군기무사령부 수송대가 있어서 개발이 불가능했다”며 “10년 전부터 환경개선을 요구했는데 이제야 조금씩 바뀌려는 움직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대로변에 고층 빌딩이 들어선 서울역 동부와 서부는 이처럼 딴판이다.
서울역 일대는 철도로 단절된 동-서 간, 중구와 용산구 간 개발이 들쑥날쑥했다. 2008년부터 북부역세권 개발이 논의됐지만 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역도 옛 서울역사, 민자(民資)역사 등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시가 이 같은 서울역 주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나섰다. 시는 27일 ‘서울역 일대 미래비전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용역 기간은 1년 3개월. 서울시는 서울역과 북부 역세권, 양쪽 광장 등의 공간 활용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서울역을 주변 중구와 용산구 낙후지역의 재생을 선도하는 구심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중구 봉래동, 남대문로5가, 회현동, 중림동 등과 용산구 서계동, 후암동, 동자동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걷는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서울역광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쪽을 되살리기 위해 서부광장 리모델링 계획을 연구할 방침이다. 서울역 서쪽의 서계동은 최근 공항철도 출구가 생겨 유동인구가 늘었지만 대부분이 명동 남산 등으로 향해 스쳐가는 공간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필요한 북부역세권 발전 방향과 민자역사 활용 방안도 시 차원에서 마련한다. 롯데마트 등이 들어선 민자역사는 내년이면 점용기간이 끝난다. 북부역세권은 서울역 일대 전체의 교통 개선 방향과 연계해 발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 외에 시 차원에서 서울역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려 한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은 1월 용산역세권 개발 기본구상 및 사업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총 사업비 31조 원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렸지만 2013년 사업이 무산됐다. 코레일은 이번 용역을 통해 용산역 개발의 방향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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