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 씨(28·여)는 2014년 1월 자신의 스마트폰에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다른 사람 행세를 했다. A 씨가 프로필에 올린 사진의 주인공은 2년 전 헤어진 옛 남자친구의 새 애인 B 씨. A 씨의 전 남자 친구가 B 씨의 남성 편력을 의심하게 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심산이었다. A 씨는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찾아낸 B 씨의 사진과 이름, 나이, 직업 등을 자기 소개란에 올렸다. 남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디는 ‘매우 예쁘다’는 뜻으로 꾸몄다. A 씨는 B 씨의 사진과 프로필을 보고 연락해온 남성들에게 적당한 말로 응대한 뒤 B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넘겼다. B 씨는 이 사실도 모른 채 A 씨가 ‘작업’한 남성들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검찰은 “A 씨가 B 씨 행세를 하며 다른 남성들과 대화하고 전화번호를 준 행위는 ‘B 씨가 소개팅 앱에서 다른 남성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번호를 줬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 2심 법원은 “A 씨가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은 맞지만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B 씨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정이 있긴 하지만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