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이 28년간 행정기록상 남성으로 살아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28년간 다른 ‘성’으로 살아온 20대 여성의 아버지가 출연해 딸의 사연과 행정기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했다.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에 살고 있는 김모 씨(여성·28)는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성별이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 그동안 김 씨는 주민등록초본·등본 등에 성별 표시가 없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여성을 나타내는 숫자 2로 시작돼 성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당연히 군 입대 영장도 나오지 않았다.
사태를 파악한 김 씨의 아버지는 담당 구청에 찾아가 출생신고 때 행정상 실수가 분명하다며 정정을 요구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누구의 잘못인지 증명할 길이 없으니 법원에 가서 판결 받아야만 정정이 된다”는 미루기식 답변을 내놨다.
김 씨의 아버지는 “담당공무원이 알려준 법률공단 등에 문의해 본 결과, 다 자기 변명식이고 변호사를 사서 해야 될 거라는 둥 그런 얘기가 계속 나오더라”며 “(변호사 측도) 자기들이 돈이 안 되는 건지 어쩐 건지, 다른 일이 바쁘니까 자기는 이런 얘기 상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별을 정정하려면)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증명하는 성별감정서가 필요한데 동네 주위에 있는 산부인과를 두세 군데를 방문했을 때 한 군데도 그런 것에 대해서 증명서를 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며 “산부인과 측은 요즘에는 트랜스젠더가 많고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하고 오는 사람이 많아 자기들이 감정을 해줬다가는 나중에 책임을 당할 수 있으니까 못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용·시간보다 더 김 씨를 힘들 게 한 건 구청 직원들의 ‘태도’였다. 김 씨의 아버지는 “담당 공무원이 왜 이제서야 그걸(가족관계증명서) 떼어봤느냐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관계당국의 대응이 안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윽박을 지르고 왜 모든 피해를 저희쪽으로 부담하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누가 그 사람을 뭐라고 하겠냐”고 반문하며 “정중하게 사과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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