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이제는 ‘불목’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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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수 대니얼 분의 ‘뷰티풀 선데이’는 7080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추억의 팝송이다. 아름다운 일요일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겠다는 순진한 내용이다. 신나는 기타 반주에 ‘하∼하∼하∼ 뷰티풀 선데이’같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가사로 엄격한 학교생활에 짓눌린 까까머리 남고생과 단발머리 여고생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라디오 DJ들이 주말이 다가오면 분위기를 띄우려고 자주 틀었다. ‘안녕하세요’의 가수 장미화가 1974년 발매한 앨범에 이 노래를 수록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2000년대 들어 주5일 근무가 활성화됐지만 그 이전부터 사람들은 토요일에 주말 분위기를 즐겼다. 1987년 가수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란 가요가 히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때는 토요일이면 나이트클럽에 모여든 청춘남녀가 ‘아쉬움을 두고 떠나가지 말아 토요일은 밤이 좋아’라고 목청껏 질렀다. 여름철 해변의 흥겨운 분위기를 내는 데도 일등공신이었다.

▷주말 시작이 주5일제 정착을 계기로 금요일 저녁으로 굳어졌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등장한 것이다. 금요일 저녁과 밤을 음주가무로 신나게 즐기는 불금 문화가 홍익대 앞과 이태원에서 활짝 꽃피웠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생활패턴의 변화를 따라 ‘불금’이 ‘불목(불타는 목요일)’에 점차 밀린다는 소식이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백화점이 31일 정기 세일을 시작한다. 금요일부터 세일을 시작하던 관행이 반세기 만에 무너졌다. 유통업계만 아니라 영화 개봉과 여행 패키지 상품도 ‘불목 마케팅’을 거든다.

▷젊은 직장인들은 회식 날짜를 정할 때 금요일보다 목요일 저녁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주말을 숙취 후유증에 시달리며 허송하기보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힐링 시간으로 온전히 보내려는 마음에서다. 덩달아 식당과 술집도 목요일에 북적인다, ‘불금’ 탓에 생긴 택시 승차난이 좀 나아지려나. 청년실업률이 12%를 돌파하면서 불금이든 불목이든 ‘불타는 밤’이 남의 나라 얘기만 같은 고단한 청춘이 너무도 많다니 왠지 마음이 짠할 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대니얼 분#뷰티풀 선데이#불목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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