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갑자기 아픈 어린이를 위해 휴일이나 야간에도 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반대로 지원사업에 참가하는 병·의원의 수가 오히려 줄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여러 의원이 연합해 휴일·야간진료를 하거나 요일제로 운영하는 방식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 병·의원의 참가를 독려할 계획이지만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는 30일 2014년 9월부터 16개 병원을 지정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달빛어린이병원이 지난해 9월 13곳에서 2016년 3월 현재 11곳으로 줄었다고 30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까지 30곳으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병·의원의 참가 저조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에는 밤 11~12시까지, 휴일에는 최소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3명 이상 상주한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80%가 만족도를 표시했다. 2015년 기준 1개소 당 평균 3만4000명의 환자가 방문하는 등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지정된 병·의원에는 야간·휴일 진료 수당으로 평균 1억8000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한다.
어린이가 늦은 밤이나 휴일에 갑자기 몸이 아프면 부모들은 일반 병원의 응급실을 찾는다. 절반가량(42%)는 경증 환자지만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워서 오랜 대기 시간과 비싼 진료비를 감수하는 것. 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반대로 인해 이 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병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다가 주간에도 진료를 한다”며 “대형마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면서 동네병원을 붕괴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달빛어린이병원 의사들이 의사 커뮤니티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소아 야간·휴일 진료체계’ 공개토론회를 열고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연구책임자 곽영호 교수)이 발표한 개편안은 크게 △응급의료기관 내 야간·휴일 소아외래 운영, △소아청소년과의원 연합체 및 요일제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등이다. 즉 여러 의원이 함께 번갈아가면서 야간 및 휴일 진료를 하거나 주말을 포함해 특정 요일에만 일정 시간 이상 진료하는 경우에도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는 것.
하지만 얼마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선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8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0.3%(557명)가 “야간이나 휴일에 소아 환자를 위한 진료 시스템이 응급실 외에 별도로 갖춰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소아 환자 중 상당수가 경증인 만큼 보호자 교육을 통해 야간 및 휴일에 불필요하게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고, △진짜 중증 환자를 위해선 소아응급실을 확대하고 수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해당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답한 전문의들(235명)도 70% 이상이 “연합체, 요일제로 운영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생긴다고 해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복지부는 이날 토론회에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와 대한소아과학회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들 단체는 불참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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