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등하굣길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망 사고가 2년 연속 늘어난 것이다. 스쿨존 확대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후 관리와 시설 개선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12세 이하 어린이는 8명으로 2014년 4명의 두 배였다. 2011년 751건에서 2013년 427건으로 줄었던 교통사고도 2014년 523건, 지난해 541건으로 증가했다.
제 역할을 못 하는 ‘반쪽 스쿨존’도 많다. 28일 기자가 찾은 서울 은평구 갈현초등학교 인근 도로는 2014년 서울에서 어린이 보행자 사고(8건)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지난해 감속 표지를 늘리는 등 일부 시설을 개선했지만 학부모들이 느끼는 위험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하교시간이 되자 학교 앞 도로 가장자리는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수시로 차량을 세웠다. 1m 남짓한 좁은 보도는 상점 테라스와 입간판이 점령했다. 혼자 하교하는 아이들은 불법 주정차 차량과 시설물에 떠밀려 차도 위로 밀려났다.
스쿨존의 범위도 문제다. 학교 후문에서 약 70m 떨어진 왕복 2차로 이면도로에는 감속 표지가 없었다. 버스와 화물차가 시속 60km를 넘나들며 무섭게 내달렸다. 4학년, 1학년 두 딸을 데리러 온 학부모 강시현 씨(47·여)는 “도로 양쪽에 학원과 태권도장이 20여 개나 있는데 감속 표지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스쿨존의 사고 감소 효과를 위해선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 스쿨존 1만6078곳 중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1.5%(238곳).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스쿨존이나 노인, 장애인 보호구역은 일반 도로보다 차로 폭을 좁혀 서행을 유도하고, 사고 방지 기능이 강화된 입체 디자인을 횡단보도나 도로 표지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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