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나 강요 없는 자발적 성매매도 범죄로 보고 성구매자와 성판매자 모두를 동일하게 처벌하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조항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004년 성매매처벌법 시행 이후 성매매자 처벌의 위헌성을 직접 다룬 헌재의 첫 판단이다.
헌재는 31일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45·여)가 “성매매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침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현행 성매매처벌법 제21조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해 성구매자와 성판매자 모두를 처벌하고 있다. 김 씨는 2012년 7월 화대 1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돼 재판을 받던 중 이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북부지법 오원찬 판사는 “축첩행위(첩을 두는 행위)나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현지처 계약 등은 처벌하지 않으면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 여성만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면서 “성인 간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는 형벌권 행사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구했다.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방지법)과 함께 ‘성매매특별법’으로 불리며 2004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들은 2002년 발생한 군산 집창촌 화재 사건를 계기로 같은해 9월 국회의원 86명이 여성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발의됐다.
성매매특별법은 시행 후 12년 동안 8차례 위헌심판대에 올랐지만 성매매자 처벌의 위헌성을 직접 다룬 사건은 없었다. 모두 성매수남이나 성매매업자가 제기했고 성매매 여성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건 중 7건이 각하 또는 합헌결정이 나왔고, 위헌이 나온 1건도 성매매 자체보다는 성매매를 한 종업원과 영업주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다만 헌재는 2012년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가 장소 임대만으로 처벌받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낸 소송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하며 “성매매는 그 자체로서 성 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에 대한 침해로, 외관상 강요된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성매매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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