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던 기마민족의 DNA를 지닌 한국인의 핏속에는 유목민의 이주 본능이 흐른다. ‘헬조선’ ‘N포세대’라는 분노의 언어가 들끓는 시대, 눈을 지구촌으로 돌려 세계 곳곳의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의 본능을 깨워 보자. 청년 시절 ‘유목민의 땅’ 몽골에 진출해 사업을 시작한 박민규(36) 권영주(37) 이성민 씨(41)는 “젊을 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과감하게 개척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첨단 전자기기를 들고 전 세계를 상대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세상이 활짝 열렸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가 “일자리를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는 ‘잡 노마드’가 21세기 인류의 모습”이라고 했던 예견이 들어맞고 있다. 한반도라는 좁은 우물 안을 박차고 나가 자신과 제품을 끊임없이 혁신하며 바꾸는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다.
총선에 길 잃은 노동개혁, 청년대책들
일제강점기인 1920년 4월 1일 민족의 표현 기관임을 자임하며 태어난 동아일보가 오늘 창간 96주년을 맞았다. 동아일보가 청년드림센터를 중심으로 3년 반 동안 추진한 청년 일자리창출운동은 1931년 농촌계몽으로 학생들을 사회 중추세력으로 이끈 ‘브나로드(민중 속으로) 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청년 계몽, 청년 고용으로 국권 상실이나 경제 위기의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은 1920년 4월 1일 이후 96년간 변함없는 동아일보의 창간 정신이자 국가의 핵심 과제였다.
2016년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넘기 힘든 철벽이다. 12.5% 사상 최고로 치솟은 청년실업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10.8%)을 넘어섰다. ‘잃어버린 20년’을 지낸 일본(5.0%)의 2.5배 수준이다. 더구나 한국은 비정규직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고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이중구조에 갇혀 있다. 노동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노동시장의 경직 탓에 정규직 기성세대는 일을 못해도 해고할 수 없고, 청년세대는 능력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는 꽉 막힌 상황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청년 대책은 한숨이 나올 정도다. 새누리당 공약은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 여건을 우호적으로 조성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공공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총 70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 구직활동 지원을 위해 6개월간 60만 원의 취업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재원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일자리를 급조해 청년 취업자를 늘리는 임시방편으로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노동시장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발상의 획기적 전환만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 해외 취업자 수는 2903명으로 2014년(1679명)보다 72.9% 급증했다. 이종덕 씨(37)는 10여 년 전 ‘I can’t speak English’ 한마디만 외운 채 실리콘밸리에 갔다가 지금은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최윤석 씨(25)는 올 2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 ‘메탈월드’를 창업했다.
모험심 강한 이런 청년들이 해외 취업의 물꼬를 텄다.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에 따라선 해외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낳는 큰 물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연예기획사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예비 스타들도 바늘구멍 같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동남아로 눈을 돌린다면 블루오션이 열릴 것이다. 정부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비영어권 국가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정착 지원금도 주는 열린 방식이 절실하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청년 취업 플랫폼으로 정부 청년일자리 정책의 빈틈을 채울 것이다. 청년드림센터만 오면 원스톱으로 인턴 및 정규직 취업 정보와 구직 노하우, 취업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트렌드를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집대성해 놓았다.
기마민족의 DNA로 넓은 세상에 도전을
동아일보는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 드림캠프’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한다. 현지에서 취업 또는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을 위해 정부와 해외 공관, 해외 교민사회와 연계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생활 관련 고충을 해결하는 데 최대한 앞장설 계획이다. 이는 ‘코리나(Korea+China) 청년 창업육성’ ‘청년드림 도쿄 취업 네트워크 개발’ ‘찾아가는 미주 청년드림 캠프’ 등 기존 사업과 함께 해외 취업의 유용한 창구가 될 것이다.
청년과 일자리는 한국 경제의 성장이고 복지이며 미래다. 동아일보는 정부의 노동개혁과 일자리 정책을 감시하면서 청년들과 함께 세계 일자리 시장을 열어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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