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개최한 가상현실 체험행사에서 시민들이 VR기기를 쓰고 영상을 보고 있다.아래 사진은 일민미술관 내 신문박물관을 가상현실로 구현되도록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씨엘픽셀 제공
‘탕’ 소리가 들리자 출발선에서 몸을 풀고 있던 마라톤 선수들이 눈앞으로 뛰어 지나갔다. 선수들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선수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응원의 목소리와 내쉬는 호흡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라톤 선수들의 진로를 방해할까 봐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순간 ‘아차’ 싶었다. 가상현실(VR) 속에서 마라톤 중계 영상을 보고 있었다. VR 기기를 착용하는 순간 가상현실은 현실이 됐다.
동아일보 창간 96주년 겸 채널A 창사 5주년(4월 7일)을 맞아 동아일보와 채널A가 독자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VR 체험행사가 31일 시작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 마련된 체험행사장에서 VR를 체험한 인원은 1000여 명.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계천 나들이를 하다가 VR를 처음 체험한 김용현 군(6)은 “엄마, 진짜 박물관 속에 내가 있어” “엄마, 나 지금 신문 설명해주는 아저씨 뒤에 서 있어”라고 소리 질렀다. 엄마 손을 꼭 붙잡은 왼손에는 연신 힘이 들어갔다. 오른쪽 손은 자꾸 무언가를 만지려는 듯 허공을 향했다.
VR 콘텐츠는 다채로웠다. 이 중 ‘2016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7회 동아마라톤대회’ VR 중계 영상은 국내 최초로 무인항공촬영장비인 헬리캠에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장착해 하늘에서 찍은 것이다. 영상을 제작한 김재성 씨엘픽셀 대표는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360도 촬영 장비를 통해 VR 콘텐츠를 제작하던 것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하늘에서 영상을 촬영해 훨씬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현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채널A 홈페이지(tv.ichannela.com/special/marathon)로 가서 ‘현장 VR’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일민미술관 내 신문박물관도 VR(https://youtu.be/_pZqINv-qKc)로 만날 수 있었다. 시민들은 VR 속에서 큐레이터와 함께 신문박물관 곳곳을 둘러보며 신문의 역사를 배웠다.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눈앞에서 춤추는 야구장의 응원단, 퍼팅을 시도하는 여자 골프선수 등을 VR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고개만 돌려면 360도 모든 방향에서 VR를 체험할 수 있었다. 대학생 김승혁 씨(27)는 “가상현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접했지만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가상현실 속에 빠져든다는 이야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행사장을 찾은 직장인도 많았다. 직장인 이지은 씨(32·여)는 “TV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볼 때는 단순히 2차원 평면적인 영상에 그쳤지만 VR 기기를 이용하니 모든 것을 360도로 살펴볼 수 있어 현실감이 훨씬 커졌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는 삼성전자 기어VR, LG전자 360 VR,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IoT) 기기 ‘매직미러’ 등이 전시됐다. VR 업계에서는 교육, 의료,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VR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성들은 매직미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수고해상도 카메라, 피부측정 프로그램이 탑재된 매직미러는 손으로 거울을 누르면 카메라가 피부를 촬영하고 피부 상태에 대한 종합 결과를 알려준다. 매직미러로 피부 상태를 측정한 직장인 이선아 씨(34·여)는 “피부 상태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려주는 것 같아 머지않은 시간에는 피부과에 직접 갈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2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오후 3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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