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던 진경준 사의… ‘120억 주식의혹’ 끝내 못밝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대박 논란’ 8일만에 물러나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일 오전 11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출입국심사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관할 본부장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없었다. 하루 전까지 장관을 수행키로 했던 그가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120억 원 주식 차익’으로 논란이 된 진 본부장은 이 직전에 김 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하고 몇 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경 법조기자단에 285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로부터 8일 만이며 본보 보도로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와의 친분이 처음 알려진 지 7일 만이다.

○ “문제없다”→6일의 침묵→해명 이틀 뒤 사의

2년 전 검사장으로 승진해 올해 2월 첫 재산공개 대상인 진 본부장은 지난해 넥슨 주식을 팔아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공무원 2328명 중 재산 증식 1위에 올랐다. 당일 그는 김 장관 등에게 “관련법에 따라 모두 신고했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에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전달됐다고 한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넥슨 주식을 산 2005년에는 넥슨의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 일반인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진 본부장이 주식을 얼마에 샀으며 주식으로 벌어들인 차익이 모두 얼마인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도 진 본부장은 침묵했고 지난달 31일 A4 용지 1장 분량 1232자짜리 첫 해명을 내놨다. 뒤늦은 해명이 의혹을 키웠다. 주식 취득 과정을 “이민을 떠나는 기존 주주가 비상장 주식을 판다는 소식을 대학 친구가 알려 지인들끼리 나눠 산 것”이라며 김 대표와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의혹의 핵심인 주식 취득 가격과 시점도 공개를 거부했다.

본보는 그 직후 “(넥슨의 일본 상장 여부가 공개되기 전) 2005년 진 본부장과 김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일본 상장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다”는 새 증언을 보도했고 진 본부장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대학 친구인 A 씨도 넥슨이 인수한 회사의 임원을 지낸 점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후 진 본부장은 지인들에게 “개인의 명예 문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향해 도저히 자리를 지킬 수 없다”며 주변에 사퇴 배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 공직자윤리위의 재검증 강제성은 없어


진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 변동 신고 내용 검증에 착수했다. 진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어려운 국가적 시기에 저의 재산 문제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식으로 사과한 뒤 “저의 재산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론 퇴직자도 현직에 준해 심사를 해야 하며 3개월의 조사 뒤 윤리위가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면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민간인 신분이 된 뒤 윤리위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만약 진 본부장이 퇴직 이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의 넥슨 비상장 주식 구입 경위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 진 본부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올해 초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의 자리까지 검사장 두 자리가 공석이 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진경준#사의#120억#주식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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