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일 오전 11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출입국심사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관할 본부장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없었다. 하루 전까지 장관을 수행키로 했던 그가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120억 원 주식 차익’으로 논란이 된 진 본부장은 이 직전에 김 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하고 몇 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경 법조기자단에 285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로부터 8일 만이며 본보 보도로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와의 친분이 처음 알려진 지 7일 만이다.
○ “문제없다”→6일의 침묵→해명 이틀 뒤 사의
2년 전 검사장으로 승진해 올해 2월 첫 재산공개 대상인 진 본부장은 지난해 넥슨 주식을 팔아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공무원 2328명 중 재산 증식 1위에 올랐다. 당일 그는 김 장관 등에게 “관련법에 따라 모두 신고했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에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전달됐다고 한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넥슨 주식을 산 2005년에는 넥슨의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 일반인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진 본부장이 주식을 얼마에 샀으며 주식으로 벌어들인 차익이 모두 얼마인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도 진 본부장은 침묵했고 지난달 31일 A4 용지 1장 분량 1232자짜리 첫 해명을 내놨다. 뒤늦은 해명이 의혹을 키웠다. 주식 취득 과정을 “이민을 떠나는 기존 주주가 비상장 주식을 판다는 소식을 대학 친구가 알려 지인들끼리 나눠 산 것”이라며 김 대표와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의혹의 핵심인 주식 취득 가격과 시점도 공개를 거부했다.
본보는 그 직후 “(넥슨의 일본 상장 여부가 공개되기 전) 2005년 진 본부장과 김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일본 상장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다”는 새 증언을 보도했고 진 본부장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대학 친구인 A 씨도 넥슨이 인수한 회사의 임원을 지낸 점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후 진 본부장은 지인들에게 “개인의 명예 문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향해 도저히 자리를 지킬 수 없다”며 주변에 사퇴 배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 공직자윤리위의 재검증 강제성은 없어
진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 변동 신고 내용 검증에 착수했다. 진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어려운 국가적 시기에 저의 재산 문제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식으로 사과한 뒤 “저의 재산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론 퇴직자도 현직에 준해 심사를 해야 하며 3개월의 조사 뒤 윤리위가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면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민간인 신분이 된 뒤 윤리위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만약 진 본부장이 퇴직 이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의 넥슨 비상장 주식 구입 경위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 진 본부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올해 초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의 자리까지 검사장 두 자리가 공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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