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학급 감축-대학 구조조정 회오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2000년대초 저출산, 高入 13만명 감소 ‘인구절벽’으로 현실화

‘인구절벽’ 현상에 따른 고등학교 입학생 급감은 2000년대 신생아 수가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진작부터 예상됐다. 2000년 63만6780명이던 신생아 수는 2001년 55만7228명(2017년 고교 입학), 2002년 49만4625명으로 뚝 떨어졌다. 2007년 황금돼지띠 해, 2012년 용띠 해 등 출산 선호현상이 빚어졌던 해에도 신생아 수는 50만 명을 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저출산 여파로 2008년과 2009년 초등학교 취학 아동이 급감한 ‘인구절벽’ 현상이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학 구조조정 필수


2013년 기준으로 고교 졸업자 수는 63만1000여 명으로 대학 입학 정원(약 56만 명)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고교 졸업생 수는 2018년 54만9000여 명, 2023년에는 40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대학 정원이 2013년 수준으로 유지되면 내년 입학생 52만6895명이 졸업하는 2020년에도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은 역전현상이 펼쳐진다.

2013학년도에 각 대학이 충원하지 못한 인원의 96%가 지방대 몫이었고, 그중 절반 정도를 지방 전문대가 차지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2014년부터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거쳐 입학 정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1기 사업(2014∼2016년)을 통해 4만7000여 명의 입학 정원을 감축했고, 2022년까지 총 16만 명을 줄일 계획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교에서도 학급 수 감축 등으로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2018학년도까지 약 700개의 학급을 줄인다는 계획을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 2015학년도에 6981개였던 서울 후기 고등학교의 학급 수는 2018학년도에 6224개로 757개 학급이 줄어든다.

○ 학원은 탈바꿈, 교복은 무한 경쟁

사교육 업계는 영역을 확장해 ‘고객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 학습지 업체들은 1개 학년 학생이 40만 명 중반대로 떨어진 경험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학습지 아이템을 다양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비해 왔다”며 “학원들도 초등 전문, 중등 전문 학원에서 초중고교를 다 갖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복업계에선 줄어든 시장을 놓고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더 많이 줄어드는 일자리


고교 입학생이 감소하더라도 노동시장의 일자리 부족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력 인플레로 대학 졸업자가 넘쳐나면서 2024년까지 약 80만 명의 대학생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대졸자(전문대졸 이상)는 474만7000명이 배출되지만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395만4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으로만 2024년까지 대졸자 32만2000명, 전문대 졸업자 47만1000명 등 79만3000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다. 저출산에 따른 고교생, 대학생의 감소 인원과 속도에 비해 로봇,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사라지는 일자리 감소량이 더 많고, 속도도 더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21만7000명), 사범(12만 명), 인문계열(10만1000명) 등 인문·사회계열은 인력 과잉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학계열(21만5000명), 의학계열(4000명) 등은 2024년까지도 인력이 계속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덕영 firedy@donga.com·유성열 기자
#고교#학급감축#대학#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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