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현상에 따른 고등학교 입학생 급감은 2000년대 신생아 수가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진작부터 예상됐다. 2000년 63만6780명이던 신생아 수는 2001년 55만7228명(2017년 고교 입학), 2002년 49만4625명으로 뚝 떨어졌다. 2007년 황금돼지띠 해, 2012년 용띠 해 등 출산 선호현상이 빚어졌던 해에도 신생아 수는 50만 명을 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저출산 여파로 2008년과 2009년 초등학교 취학 아동이 급감한 ‘인구절벽’ 현상이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학 구조조정 필수
2013년 기준으로 고교 졸업자 수는 63만1000여 명으로 대학 입학 정원(약 56만 명)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고교 졸업생 수는 2018년 54만9000여 명, 2023년에는 40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대학 정원이 2013년 수준으로 유지되면 내년 입학생 52만6895명이 졸업하는 2020년에도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은 역전현상이 펼쳐진다.
2013학년도에 각 대학이 충원하지 못한 인원의 96%가 지방대 몫이었고, 그중 절반 정도를 지방 전문대가 차지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2014년부터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거쳐 입학 정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1기 사업(2014∼2016년)을 통해 4만7000여 명의 입학 정원을 감축했고, 2022년까지 총 16만 명을 줄일 계획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교에서도 학급 수 감축 등으로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2018학년도까지 약 700개의 학급을 줄인다는 계획을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 2015학년도에 6981개였던 서울 후기 고등학교의 학급 수는 2018학년도에 6224개로 757개 학급이 줄어든다.
○ 학원은 탈바꿈, 교복은 무한 경쟁
사교육 업계는 영역을 확장해 ‘고객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 학습지 업체들은 1개 학년 학생이 40만 명 중반대로 떨어진 경험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학습지 아이템을 다양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비해 왔다”며 “학원들도 초등 전문, 중등 전문 학원에서 초중고교를 다 갖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복업계에선 줄어든 시장을 놓고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더 많이 줄어드는 일자리
고교 입학생이 감소하더라도 노동시장의 일자리 부족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력 인플레로 대학 졸업자가 넘쳐나면서 2024년까지 약 80만 명의 대학생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대졸자(전문대졸 이상)는 474만7000명이 배출되지만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395만4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으로만 2024년까지 대졸자 32만2000명, 전문대 졸업자 47만1000명 등 79만3000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다. 저출산에 따른 고교생, 대학생의 감소 인원과 속도에 비해 로봇,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사라지는 일자리 감소량이 더 많고, 속도도 더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21만7000명), 사범(12만 명), 인문계열(10만1000명) 등 인문·사회계열은 인력 과잉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학계열(21만5000명), 의학계열(4000명) 등은 2024년까지도 인력이 계속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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