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복도에서… ‘황산테러’ 당한 경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30대女 “내말 왜 안들어주나”
보온병에 담아 와 뿌려… 4명 화상, “온라인몰서 직접 샀다” 진술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서 30대 여성 민원인이 현직 경찰관 얼굴에 황산을 뿌린 사건이 일어났다. 4일 오전 8시 45분경 서울 관악경찰서 3층 수사과 사이버수사팀 복도에서 전모 씨(38·여)가 박모 경사(44)에게 보온병에 담긴 황산을 뿌렸다. 경찰은 특수공무방해치상 혐의로 현장에서 전 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이날 경찰서를 찾아 박 경사에게 “왜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느냐”고 따지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전 씨가 과도를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빼앗은 뒤 “복도에서 대화하자”고 안내했다. 이후 전 씨는 복도로 나가 박 경사와 다른 경찰관 3명에게 준비해간 보온병의 황산을 뿌렸다. 곧바로 서울 중앙대병원으로 이송된 박 경사는 얼굴과 목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복도에 함께 있던 서모 경장 등 3명도 손등과 얼굴 일부에 화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전 씨는 2013년 9월 “헤어진 남자친구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괴롭힌다”며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박 경사는 당시 사건과 관련해 전 씨에게 상담을 해줬었다. 경찰은 전 씨의 주장대로 남자친구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사건을 마무리했고, 전 씨는 사건 처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전 씨는 올 2월 8일 자신이 살던 관악구의 원룸 건물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 분석 등을 통해 전 씨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그는 “박 경사와 대화하겠다”며 출석에 불응해 경찰은 체포영장 청구를 준비 중이었다.

경찰은 전 씨의 정신질환 등 병력을 확인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전 씨는 황산을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 사건에서 친절하게 상담해준 박 경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고 재물손괴 사건과는 상관이 없는 박 경사에게 연락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허동준 기자
#경찰#황산테러#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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