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이승만 詩 공모전’ 수상작 세로로 읽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국민 버린… 니가 가라 하와이…
찬양詩가 비방 내용으로 둔갑… 자유경제원, 부랴부랴 입상 취소

“눈 뜨고 당했네….”

보수 성향 경제연구소인 자유경제원이 지난달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세로 드립’으로 비판한 시 2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가 4일 뒤늦게 취소했다. 세로 드립은 각 행의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었을 때 원문과 전혀 관계없는 새로운 내용이 나오는 것을 지칭하는 인터넷 속어다.

문제가 된 ‘우남 찬가’라는 제목의 입선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버려진 이 땅의 마지막 희망으로/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자유민주주의 기틀을 잡으셨다.’ 하지만 각 행의 앞 글자만 보면 ‘국민 버린 도망자’라는 숨겨진 뜻이 나온다.

우남 찬가 외에 최우수상을 받은 ‘To the Promised Land(약속된 땅으로)’라는 시 역시 각 행에 대문자로 쓰인 첫 알파벳만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읽힌다. 이 문구는 영화 ‘친구’에 등장하는 대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유경제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진 직후 두 편의 시를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하고 수상을 취소했다. 자유경제원 측은 “악의적인 일부 수상작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승만#수상작#자유경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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