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경영대가 목요일마다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는 경영학 강의(afreeca.com/kaistbs)의 채팅창에 한 시청자가 남긴 말이다. KAIST 경영대는 지난해 9월 졸업생과 동문을 위한 ‘애프터서비스’ 개념으로 실시간 인터넷 강의를 선보였는데, 올해부터는 이를 일반 누리꾼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를 잘할수록 고객에 대해서 깊이 알게 되니까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요. 미국의 어느 유통회사는 한 여고생이 임신 테스터, 임산부 영양제를 구매했던 자료를 분석해 (자녀에게 필요하다며) 부모에게 임산부 용품 소개를 잔뜩 보냈어요. 부모는 화가 나 오히려 회사에 항의했죠. CRM을 기계적으로, 마케팅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김영걸 KAIST 경영대 부학장이 했던 인터넷 강의 내용이다. 교수 7명이 릴레이로 강의를 하는데 대체로 꽤 알차다. 퀴즈를 맞히는 시청자에게 작은 상품을 주는 등 인터넷 방송의 장점도 적극 활용한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교수가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해프닝도 벌어진다. ‘코드 커팅’(케이블에서 모바일, 인터넷TV로 시청자가 이동하는 것)을 설명하며 잠시 ‘만담’을 했던 정재민 교수는 “이분 진짜 KAIST 교수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명함을 카메라 앞에 들이밀며 ‘교수 맞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공개 강연 테드(TED)를 비롯해 지식을 공유하는 동영상 강의는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KAIST 강의는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즉문즉답(卽問卽答)’까지 할 수 있다. 시청자가 “‘FUN 경영’ 중 ‘slack(느슨한)’은 회사에서 누리기는 힘든 요소 같네요”라며 의견을 제시하자 교수는 “그것을 보여준 회사를 알려드릴게요”라고 답했다.
5일까지 116시간 방송에 누적 시청자 수는 1만4295명. KAIST 경영대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재민 교수는 “열린, 쌍방향 교육을 실험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아직 실험에 불과하고 개선할 점도 있는 강의지만 여러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분필과 칠판만 있던 대학 강의실에 기자의 대학 시절 오에이치피(OHP)가 등장했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가 설치된 지 오래다. 그러나 ‘강의실 안’에서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은 대학이라는 존재가 생긴 이래 변하지 않았다.
교수님의 강의노트보다 훨씬 많은, 인류가 쌓은 지식의 대부분이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검색되는 시대다. 20∼50년 뒤에는 지금과 같은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반론도 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지식 전수뿐 아니라 ‘토론과 질문’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학의 역할은 여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 강의실에 언제 토론과 질문이 있었던가? 더구나 토론과 질문이 강의실에서 벌어진다는 것도 낡은 관념이 돼 버렸다. 우리 대학이 미래 개척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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