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 김모 군(12)은 탄산음료 마니아다. 친구들과 농구나 축구를 한 뒤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사서 마시는 게 습관이 됐다. 달콤한 맛에 익숙해지면서 빈도와 양도 늘었다. 김 군의 키는 145cm, 몸무게는 70kg. 또래와 비교했을 때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김 군처럼 단맛을 내는 당 성분이 들어간 음료수를 많이 마시는 청소년과 어린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청년층(3∼29세)이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의 양은 2013년에 이미 적정 기준(총섭취 열량 대비 10% 이내)을 넘어섰다. 지금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이날 2020년까지 5년간 대대적으로 시행할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사실상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이런 현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2015년 식약처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총당류 섭취량(약 72.1g)은 총열량 섭취량의 14.7% 수준으로 2007년(13.3%)보다 늘었다. 과일 같은 천연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는 44.7g(총섭취 열량의 8.9%)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량 미만이지만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연간 증가율이 평균 5.8%에 이른다.
특히 음료수를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07년 14.6%에서 2010년 18.6%, 2013년에는 19.3%까지 치솟았다. 식약처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16년에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전체 국민이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 양이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류 섭취의 증가는 만성질환의 증가로 이어진다. 가공식품의 당류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 이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해질 가능성이 39%, 고혈압과 당뇨에 걸릴 확률은 각각 66%, 41% 더 높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비용이 연간 6조8000억 원(2016년)에 달한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도 있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늘어나는 당류 섭취 추세를 감안할 때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비롯해 당류를 적정 수준 섭취할 수 있도록 선제적,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류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당류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조치와 함께 △단체 급식소 및 보육시설 등의 식단 모니터링 △요리 전문가와 함께 당류를 줄일 수 있는 메뉴 개발 및 보급 △당류 섭취량과 만성질환의 관련성 연구 및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또 시럽 및 탄산음료 줄이기 같은 당류 줄이기 캠페인 및 교육을 병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저(低)당’ 식품의 표시·광고를 허용하면 자칫 영양성분이 불균형한 제품을 건강식품으로 포장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경우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WHO가 최근 가공식품 당류를 통한 열량 섭취 기준을 1일 5%로 강화한 것에 비춰 식약처의 기준은 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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