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50)는 ‘쿡방(요리 방송)’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인기 좋은 요리 연구가다. 거침없이 설탕을 사용해 ‘슈거보이(sugar bo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정부가 발표한 당류 저감 종합대책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요리에 설탕을 써도 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음료수 같은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를 줄이고 당의 과다 섭취를 경고할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이다.
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더본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백 대표는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안 좋다”고 인정했다.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제가 요리하는 모습 때문에 음식에 설탕 넣는 걸 쉽게 생각하는 분이 많아질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방송 편집 때문에 앞뒤 내용이 잘려서 설명이 부족했던 것도 있고요. 뭇국에까지 설탕 넣었다고 호되게 비판받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사실 ‘여름철 무는 쓰다’는 설명이 들어가지 않아 결과적으로 오해가 커졌어요. 어쨌거나 설탕을 많이 넣을수록 좋은 것처럼 잘못 인식되도록 한 것엔 제 책임도 있어요.”
그는 자신의 요리를 자전거 타는 법에 비유했다. 사람들이 세발자전거를 배우듯 쉽고 즐겁게 요리를 시작하도록 도우면 그 뒤론 자연히 두발자전거(각자의 입맛에 맞춰 설탕과 양념 양을 조절하는 더 나은 요리법)로 옮겨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폭주족처럼 거친 요리법을 가르친 셈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백 대표는 자신이 ‘설탕 전도사’처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살짝 억울하다”고 했다. ‘단맛을 줄이자’는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인물로 찍혀 있는 것이 답답한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언젠가부터 제가 설탕의 상징처럼 돼 있더라고요. 근데 원래 취지가 그런 건 아니었어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요리를 하자는 거였고, 그러면서 요리에 자신감이 생길 수 있게 해주자는 거였죠. 설탕은 그저 요리 스트레스를 덜어줄 재료였을 뿐이었고요.”
백 대표는 한식의 경우 설탕을 조금 더 첨가한다고 해서 서구 사회와 같은 식습관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냄새가 너무 쿰쿰해서 버리려던 된장에 설탕을 적당히 넣어서 맛있는 요리로 바꿔 놓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백 대표는 ‘그럼 앞으로 정부의 정책에 맞춰 설탕을 적게 쓰는 요리를 소개하라’는 기자의 제안에 “지금까지의 요리를 갑자기 부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당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며 “누군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면 설탕의 상징처럼 돼 있는 내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식 위주의 우리 식단으로는 당 과다 섭취 같은 문제가 없어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고, 콜라 같은 음료수를 같이 마셔 가공식품에서 당 섭취를 하게 되는 게 큰 문제죠. 앞으로 이런 거 줄이자고 해야겠어요. 또 방송에서도 ‘당을 과하게 섭취하면 당뇨병 등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꼭 덧붙일 겁니다.”
백 대표는 “앞으로 ‘한국의 제이미 올리버(설탕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영국의 스타 셰프)’가 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제이미 올리버가 옛날엔 설탕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아느냐”며 웃었다. “요리를 하지 않던 많은 사람이 ‘요리에 충분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할 때쯤 나도 천연재료로 단맛을 내는 진화된 요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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