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경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한 1일 피의자 송모 씨(26)가 정부서울청사에 다시 침입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사처가 송 씨의 침입 경위를 일부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송 씨는 지난달 26일 공무원시험 필기 합격자 명단과 성적을 조작하고 6일이 지난 이달 1일 정부청사에 다시 들어갔다. 송 씨는 이날 오후 5시 반부터 10시 25분까지 5시간가량 청사에 머물렀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 홈페이지에 ‘서류전형 합격자 재공고’가 올라오자 자신의 범행이 드러난 줄 알고 현장 확인을 위해 다시 들어간 것이다. 이날 인사처는 오후 4시경 경찰에 외부인 침입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오후 9시경 현장검증을 위해 청사로 출동했다. 그러나 수사 의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청사 보안이 강화되지 않은 탓에 경찰과 송 씨가 청사 안에 함께 머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인사처는 수사 의뢰 전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 침입자가 채용관리과 출입문 옆에 적힌 비밀번호를 확인하고 디지털 도어록을 연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수사 의뢰 당시 이런 내용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1일 행정자치부 청사관리과는 비밀번호 삭제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건물 내 30여 개 사무실 입구에 적힌 비밀번호가 모두 지워졌다. 행자부 관계자는 “(인사처의) 수사 의뢰는 1일 오전이며 이후 보안 차원에서 비밀번호 삭제가 이뤄졌다. 하지만 채용관리과 사무실 비밀번호는 이미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 비밀번호가 경찰의 현장 조사 전 사라지면서 경찰은 한동안 내부 조력자 유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해야 했다. 게다가 인사처는 경찰에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한 보안 실태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송 씨는 허술한 보안 실태를 노려 청사를 제 집처럼 들어가 활보했다. 처음엔 2월 28일 일요일 오후 5시 반경 후문 민원실에서 외출·외박 후 복귀하는 청사경비대 소속 의무경찰들 사이에 섞여 본관으로 들어갔다. 이후 세 차례나 체력단련장에 들어가 신분증을 훔치고, 지난달 24일엔 인사처 당직자에게 동료 직원인 것처럼 속이고 사무실 열쇠꾸러미를 넘겨받기도 했다. 송 씨는 청사 안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직원처럼 행동했다. 송 씨가 접근한 채용관리과 두 대의 PC에 부팅 단계의 CMOS 암호와 문서 암호가 걸려 있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송 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경찰은 다음 주 초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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