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 vs 수지, 누가 좋아? 담배꽁초로 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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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여성 性상품화” vs “흡연구역 캠페인일 뿐”
연대학생들 설치 입간판 논란끝 철거

4일 연세대 공학관 앞에서 인기 걸그룹 AOA의 가수 설현과 미쓰에이의 수지 입간판 앞에 담배꽁초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담배꽁초를 지정된 장소에 버리도록 유도하는 이 캠페인을 두고 여성 상품화란 논란이 일었다. 페이스북 캡처
4일 연세대 공학관 앞에서 인기 걸그룹 AOA의 가수 설현과 미쓰에이의 수지 입간판 앞에 담배꽁초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담배꽁초를 지정된 장소에 버리도록 유도하는 이 캠페인을 두고 여성 상품화란 논란이 일었다. 페이스북 캡처
“설현 혹은 수지 중 마음에 드는 쪽에 담배꽁초를 던져주세요.”

4일 서울 연세대 공학관 앞.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이 여성 연예인의 입간판이 설치된 곳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흡연구역에 설치된 유명 여가수의 실제 크기 입간판을 보며 학생들은 누가 더 매력적인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입간판 아래에는 ‘설현이 좋아’, ‘수지가 좋아’라고 적힌 투표함이 놓여 있고 더 마음에 드는 쪽에 투표를 하도록 유도했다. 투표는 종이가 아닌 담배꽁초로.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이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실시돼 화제를 모았던 캠페인을 본뜬 것이다. 지난해 9월 한 환경단체가 런던 거리에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이름이 적힌 상자를 설치하고 담배꽁초로 투표하게 해 거리 미화에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연세대에서 벌어진 캠페인은 모델 탓에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일부 학생들이 지나치게 여성을 ‘성(性) 상품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재학생 홍모 씨(20·여)는 “공과대 학생들 중 남학생 비율이 높고 흡연자도 대부분 남학생이라 관심을 끌기 위해 시도한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캠페인 자체가 사실상 남자들만을 대상으로 해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옹호론도 만만치 않았다. 재학생 장모 씨(24)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인데 성 상품화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라면서 “캠페인을 기획한 학생이 ‘성을 상품화’하려는 악의 없이 진행한 것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캠페인은 교양수업인 ‘시민사회와 자원봉사’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기획해 진행됐다. 캠페인을 기획한 학생 A 씨(21)는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해 흡연자들의 관심을 끌어 담배꽁초를 지정된 곳에 버리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은 대부분 캠페인 장소에 담배꽁초를 버렸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A 씨는 “성 상품화와 같은 민감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설치물을 철거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담배꽁초#연세대#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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