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6시 30분경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역사 안을 갑자기 한 남성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마 후 지하철이 도착하자 이 남성은 달리기를 멈추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소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전 6시 50분경 3호선 종로3가역.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뒤로는 뿌연 소화기 분말로 가득 차 있었다. 아까 그 남성의 짓이었다. 그는 지하철 안 곳곳에 소화기를 뿌리고 도주했다.
그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종로3가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린 그는 옷을 모두 벗고 신발만 신은 채 왕복 10차로 강남대로 한복판을 15분 동안 마라톤 하듯 뛰어다녔다.
이렇게 서울 도심을 활보하며 출근길 시민을 놀라게 한 김모 씨(46)는 정신지체 2급의 노숙자였다. 김 씨는 공연음란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입건됐고 지금까지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하철에서 소화기를 뿌리고 달아난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일주일이 지난 이달 6일에서야 드러났다. 그를 쫓던 경찰은 종로3가역 근처 폐쇄회로(CC)TV와 노숙인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를 토대로 수사를 벌였지만 그가 정신병원에 있던 탓에 소재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김 씨를 업무방해와 재물손괴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아직까지 병원에 있는 김 씨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에게 “별 이유는 없었다. 지금은 뉘우치고 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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